방송인 홍진경·유재석 같은 유명인 사칭 사기 광고를 통해 투자 리딩방으로 유도하는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가 커지고 사칭 당한 유명인들까지 수수방관해선 안 된다며 목소리를 내자 메타·구글 등 플랫폼도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체감 효과는 떨어지는 실정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플랫폼들은 최근 사칭 광고에 대한 신고 및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구글은 사칭 광고 발견 즉시 경고 없이 계정을 영구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사칭 광고 색출에는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를 활용한다. 메타 역시 이달 5일 한국 뉴스룸 공지를 통해 사칭 계정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면서 ”정책 위반 계정·페이지·광고를 정지·삭제하는 등 단속을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유명인 사칭 광고에 대한 추가 탐지 모델을 구축했다.
앞서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 해결을 위한 모임’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최첨단 테크 기술을 가진 세계 최고의 플랫폼 기업들은 사칭 광고로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기자회견에는 코미디언 송은이·황현희와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등이 참석했다.
방송인 홍진경도 유튜브 채널에서 “저를 비롯해 유명인들을 사칭해 투자를 유도하는 사기범들이 급증하고 있다. 부디 속지 말기 바란다”며 “메타나 구글 등의 플랫폼 자체 기술력이 강화돼 사기 광고를 발 빠르게 탐지하고 차단해 주기를 바라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기준 페이스북에서 ‘홍진경’을 검색하면 160여개의 사칭 추정 계정이 나왔다. 플랫폼들이 사칭 계정 문제 대응을 공언했음에도 홍진경의 프로필 사진을 내건 ‘홍진경 재테크’ ‘홍진경 주식 분석’ ‘홍진경 투자 공유’ ‘홍진경 경제학부’ ‘홍진경 경제학원’ 등의 페이지가 버젓이 노출됐다. 개중에는 팔로워가 수천명인 계정도 종종 있다.
사칭 계정의 게시글을 보면 “주식 투자로 100억원 이상 벌었다. 저를 따라 배워 거의 1200%의 이익을 얻었다” 같은 광고성 투자 유도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이에 혹해 사칭 광고를 누르면 투자 리딩방으로 연결되는데, 이후 가짜 정보를 제공해 불법 투자를 유도하거나 악성 어플리케이션(앱) 가입을 유도한 다음 입금을 요구하는 피싱 범죄로 이어지곤 한다.
이처럼 유명인 사칭 광고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실시간 모니터링과 대응이 어려워 사칭 계정 생성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사칭 광고 판별 기준이 다소 애매해 기술적으로도 필터링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