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정부와 어떤 협상도 계획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 내부에서 '임현택 차기 의사협회장 당선인이 취임 하기 전에 사태를 마무리하려 한다'는 주장이 번지자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에 나선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현재 정부와 어떠한 협상 계획도 없다"며 "근거 없는 비방과 거짓 선동에 강력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10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만난 뒤 의료계 일각에선 의협 비대위가 다음달이 되기 전 정부와 물밑협상을 거쳐 사태를 마무리하려 한다는 주장이 번졌다. 차기 의사협회장 당선인의 임기가 시작되는 5월 이전에 사태를 끝내려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협 비대위는 "절대로 사실이 아니다"며 "앞으로도 의협 비대위는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협상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이들은 "임 당선인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싶어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의협회장 인수위 측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임 당선인은 지금도 비대위 일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고 비대위 회의에도 참석하면서 단체 대화방에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의협 비대위 측은 "임 당선인은 왜 내부 회의나 단체 대화방에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외부 언론에만 사실과 다른 내용을 내보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2월 이필수 의협 회장이 사퇴한 뒤 생긴 의협 지도부 공백 사태를 수습하고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저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대의원회 임시총회를 통해 만들어진 조직이기 때문에 비대위의 중도 해산도 규정상 의협 대의원회 총회 의결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수위와 임 당선인이 갑자기 비대위가 정부와 물밑 협상을 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험한 표현까지 하면서 공격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비대위 회의를 통해 임 당선인의 생각을 분명히 전달했으면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내부에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은 임 당선인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또 "의협 비대위는 차기 의협회장이 선출돼 임기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활동하는 한시 조직이기 때문에 활동기간은 남은 3주 정도에 불과하다"며 "지금은 비대위가 무리하게 협상에 나설 시기가 아니라 새 의협 집행부가 안정적으로 비대위 업무를 인수인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시기"라고 했다.
"의협 회원이 참여하는 행동의 시작과 끝은 전체 회원 투표로 결정하고 전공의와 학생들의 행동엔 일체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고도 했다.
의협 비대위는 "앞으로 현재의 단일대오를 흔들고 비대위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비방과 거짓 선동에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며 "원만하게 비대위 업무가 새 의협 집행부에 이관될 수 있도록 인수위와 당선인의 협조를 당부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