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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부진·부동산 침체 등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중국이 청년세대의 일자리 문제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평가다. 매년 1000만명이 넘는 중국 대학생들이 구직에 나서고 있지만, 직업을 구하는 사람은 소수다. ‘집단 우울증'에 빠진 중국 청년 세대가 느끼는 무기력함은 ‘탕핑(평평하게 누워 있기)’이라는 자조적 표현으로 표출될 정도다.
中, 청소년 900만명 이상 우울증
31일 홍콩 매체 사우스포스트모닝차이나(SCMP)는 직업을 찾지 못한 수많은 중국 청년들이 집단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후난성 중남대학 연구진은 10~19세 중국 청소년 1억5600만명 중 900만명 이상이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텐진의 명문대를 다니는 송리앙씨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공부만 하면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고 난 이후에도 취업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살인적 경쟁’을 펼치고 있다. 송씨는 “아무것도 흥미로운게 없다”며 “좋은 대학에 다니면서 부모님의 꿈을 실현하는게 전부”라고 무력함을 토로했다.
이는 중국 경제의 고도 성장세가 꺽이면서 젊은층 실업률이 치솟으면서 ‘죽음의 경쟁’이 펼쳐지고 있어서다. 청년 실업률이 지난해 6월 21.3%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이후 당국은 7월부터 청년실업률 발표를 잠정 중단했다. 이후 작년 12월부터 중·고교 대학 재학생을 제외한 실제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실업률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2월 실업률은 15.3%였다.
대규모 구직자가 취업 시장에 쏟아들어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의 실업률은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2022년 대졸자가 처음으로 1000만명 돌파했다. 작년에는 1160만명의 학생들이 취업 시장에 쏟아져 들어왔고, 올해는 1170만명이 졸업을 대기 중이다. 작년 3만9600개의 국가 공무원 자리 놓고 300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경쟁을 펼쳤다. 대학원 입학시험에는 76만개 공석을 놓고 470만명의 학생이 응시, 약 400만명이 대학원 진학에 실패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어 강사를 하는 왕모씨(35)는 “대부분의 30대 여성에게는 더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대학원 졸업한 재원인 왕씨는 20대때 알리바바에 계약직으로 취업했지만, 30대 여성을 선호하지 않는 기업 정책 탓에 2년뒤 해고됐다. 왕씨는 “30대 여성의 취업이 여의치 않다는 점을 알고 있는 고용주들이 터무니 없이 낮은 임금을 주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구 25%, 잠재적 위험 요인
치열한 경쟁 탓에 한 아이에게 필요한 교육비도 급증하는 추세다. 중국에서 아이를 18세까지 키우는 평균 비용은 53만8000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중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6.3배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중국 여성들의 평균 자녀 출산 수는 2019년 1.63명에서 2022년 1.10명으로 급감했다.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중국 정부도 노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6년 한 자녀 정책을 부부 당 두 자녀 정책으로 전환했다. 그래도 출산율이 떨어지자 △현금 지급 △세금 감면 △출산 휴가 연장 등의 인센티브를 걸고 세 자녀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청년들은 결혼보다는 탕핑을 택하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중국 여성의 10%는 여전히 평생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이에 인구통계학자인 리앙 지엔장은 “중·고등학교 입학시험을 폐지하고, 학년수를 줄이는 등 더 강력한 정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자포자기한 실업자들의 숫자가 점차 늘어날수록 ‘중국몽’을 꿈꾸는 시진핑 체제에 잠재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에서 16~35세 청년 인구는 약3억 60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달한다.
일부 학자들은 이들을 두고 ‘신빈곤층’이라 칭하며 사회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 한 대학의 사회학자는 “신빈곤층은 오랫동안 사회적 배제를 받은 계층이여서 반사회적 성향이 짙다”며 “이것이 사회적 불안정을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립연구가인 첸 다오인은 SCMP에 “어느 시점에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당에서 소외된 대중과 엘리트들로부터 사회적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