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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하마스 연루설' 의혹을 받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구호 차량의 가자지구 북부 진입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휴전 결의안이 거듭 부결되고 있는 가운데 인도주의적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셸 라자리니 UNRWA 사무총장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이스라엘이 UNRWA 구호 차량의 가자지구 북부 진입을 더는 허용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면서 "인위적인 기근 와중에도 생명을 구하는 구호 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터무니 없는 조처"라고 비판했다.
UNRWA는 팔레스타인 난민을 지원하는 유엔 구호기구다. 가자지구에서 학교와 의료시설, 기타 구호시설을 운영하고 식량 등 인도적 구호품을 배분하는 업무를 수행해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UNRWA 직원 12명이 지난해 10월 7일 발생한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이 인질 납치 등 범죄에 직접 가담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이다.
이에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세계 16개국이 일제히 UNRWA 지원을 중단하면서 재정적 위기에 빠졌다. 이후 캐나다 등 일부 국가는 지원을 재개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가자지구 북부의 UNRWA 본부 건물 지하에서 하마스의 지하 터널이 발견됐다며 사진·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향후 가자지구 구호 활동에서도 UNRWA를 배제하기로 하고 가자지구 통치와 연계한 가자지구 구호 세력을 양성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3일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를 방문해 기아 방지를 위한 원활한 구호품 반입과 휴전을 촉구하기도 했다.
유엔 안보리에 상정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결의안은 거듭 표류하고 있다. 안보리 무용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22일 미국이 주도해 제출한 휴전 촉구 결의안은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안보리는 또한 23일 비상임 이사국들이 주도해 제출한 휴전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일정이 연기했다. 이르면 25일 해당 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상임이사국(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예정된 결의안 투표도 미국의 네 번째 거부권 행사로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많은 전문가에게 이번 사태는 안보리 기능이 고장 났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