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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증가율 6년 연속 1위…'육아 전문 도시' 나가레야마 탄생기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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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④
에서 계속
저출산·고령화와 인구감소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한 개인이 바꿔놓을 수 있을까. 일본 지바현 나가레야마시(市)는 한 개인이 지역의 인구구조를 바꿔놓은 도시다. 도쿄에서 40분 떨어진 인구 20만 명의 이 도시는 ‘육아 전문 도시’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20년 가까이 브랜드화에 공을 들인 덕분이다. '엄마·아빠가 될 거라면 나가레야마(하하·치치니 나루나라 나가레야마)'라는 일본어 발음을 활용한 슬로건 덕분에 '육아'하면 나가레야마를 떠올리는 일본인이 늘고 있다.

육아 전문 도시 나가레야마 탄생기는 약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대 도쿄 아키하바라와 이바라키현 쓰쿠바시를 잇는 수도권 신도시 철도 쓰쿠바익스프레스 건설 계획이 발표됐다. 마을은 철도가 깔리면 사람이 몰리고 땅값도 오를 것이란 기대에 부풀었다.



1988년 나가레야마로 이주한 이자키 요시하루 씨의 생각은 달랐다. 이자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주립대학에서 인구환경연구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21년간 미국과 일본에서 도시 계획자(Urban Planner)로 활동했다. 전문가인 그가 보기에 철도 건설은 나가레야마에 대위기였다.

일본 대도시 지역의 택지개발 및 철도정비의 일체적 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택철법)은 신설 철도 주변의 택지개발 사업을 의무화했다. 2005년 8월 쓰쿠바익스프레스 개통 전까지 개발할 면적은 3270㏊(32.7㎢)였다. 일본 역사상 최대 사업이었던 다마뉴타운 사업(1965년 도쿄도 서남부 지역의 균형 개발을 위해 2884㏊ 규모로 시행된 신도시 조성사업)보다 20% 컸다.



나가레야마시가 담당하는 지역은 627㏊로 시 면적의 18%에 달했다. 다마뉴타운 개발 사업은 일본 고도성장기의 신도시 조성 사업이었다. 반면 나가레야마는 일본 인구가 처음으로 감소한 2005년 역대 최대 규모의 신도시 조성 사업을 성사시켜야 했다.

철도가 깔리면 사람이 몰리고 땅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도 쓰쿠바시, 가시와시 같은 지명도 있는 동네의 얘기였다. 나가레야마시는 철도 예정지 주변 지자체 가운데 인지도가 가장 낮은 지역 가운데 하나였다. 개발 규모는 제일 큰데 인지도는 가장 낮은 이 지역 토지는 안팔릴 가능성이 높았다.



팔아야 할 땅은 많은데 인지도가 낮은 나가레야마는 이대로라면 594억엔(약 5384억원)의 부채를 떠안아 재정 파탄에 빠질 게 확실했다. 2003년 나가레야마시의 연간 세수는 190억엔이었다. 인구 20만의 번듯한 도시로 성장한 2023년에도 세수는 343억엔이다.

이자키가 시장과 시의회를 찾아다니며 상황을 설명했지만 ‘철도만 깔리면 만사형통’이란 식이었다. 그는 시장과 시의회 의원을 설득하는 대신 '차라리 내가 시장을 한다'로 전략을 바꿨다. 2003년 시장 선거에서 당선된 이래 올해로 21년째(6연임) 나가레야마시장을 맡고 있다.

이자키 시장은 "마케팅전략을 전환해 나가레야마의 지명도와 도시 이미지를 높이고, 도시 환경을 조성하는데 주력했다"며 "덕분에 16년간 인구가 40% 늘고 어린이의 수가 고령자보다 많아졌다"고 말했다.



2004년 15만 명 안팎이었던 나가레야마의 인구는 2023년 약 21만 명으로 40% 늘었다. 인구 증가율이 2020년까지 6년 연속 전국 792개 시 가운데 1위였다. 세수는 343억엔으로 80% 늘었다. 30~40대 육아세대가 크게 늘면서 0~9세 인구가 75세 이상 인구보다 많은 두 개 도시 가운데 하나가 됐다. 나머지 한 곳은 사이타마현 도다시다.

이자키 시장은 “10년 전만 해도 나가레야마는 이주를 검토하는 육아 세대가 주변 지역을 둘러본 뒤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었다"며 "올해 조사에서는 ‘처음부터 나가레야마만 검토했다’는 비율이 70%에 달했다"고 말했다. 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⑥으로 이어집니다.

지바 나가레야마=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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