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첨단소재가 경주공장을 폐쇄하기 위해 정리해고를 단행했다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제동이 걸렸다. 회사 측은 해당 공장에서 생산하는 사업이 적자를 보는 만큼 문을 닫기로 한 것이지만, 법원은 정리해고를 해야 할 만큼 긴박한 경영상 이유가 없다고 봤다.
13일 노동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제2행정부(재판장 김병식)는 전날 효성첨단소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측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효성첨단소재는 2020년 5월 강선보강재 사업이 경쟁사와 원가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경주공장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사협의회를 거쳐 희망퇴직 절차에 돌입했다.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는 인원에 대해선 정리해고 절차를 밟기로 했고, 2021년 1월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은 근로자 26명을 모두 해고했다.
이 가운데 A씨 등 19명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제기했다. 노동위원회는 A씨 측 손을 들어줬다. 효성첨단소재는 노동위원회 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이 주목한 대목은 현금흐름이다.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은 기업이 외부 재무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차입금 상환, 영업능력 유지, 배당금 지급, 신규 투자 등을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다.
1심 재판부는 "효성첨단소재는 2018년 약 900억원, 2019년 약 1200억원, 2020년 약 3100억원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창출해 양호한 영업실적을 보여줬다"며 "경쟁사와의 원가경쟁력을 극복하지 못해 적자를 기록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강선보강재 매출액은 전체 매출의 약 9%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주공장의 매출 감소로 인한 경영상 장애가 효성첨단소재 전체의 존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2심 판단도 같았다. 2심 재판부는 "경주공장이 본사나 타 공장들과 장소적으로는 분리·독립돼 있지만 공장들 간에 직원들의 배치 전환이 이뤄져 왔고 재무·회계가 분리돼 있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아 경주공장 수지만을 기준으로 긴박한 경영상 필요 여부를 판단할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1심과 2심 모두 효성첨단소재가 정리해고를 단행하기 전 해고를 회피하려는 노력을 다했다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울산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리해고자들 복직을 촉구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