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달랐다…신기술 무장
중국 레노버는 세계 최초의 투명 디스플레이 노트북을 전시했다. 싱크패드 기반에 17.3인치짜리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투명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화면 뒤에 있는 꽃병은 물론 다른 관람객 얼굴까지 그대로 보였다. 뒤에 비치는 사물을 그리는 것도 가능했다.이 제품은 기존 노트북 화면에 들어가던 부품, 선 등을 모두 키보드 아래로 밀어 넣었다. 레노버 관계자는 “세상에 없는 제품을 내놓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며 “당장 판매할 계획이 없는 콘셉트 제품이지만 혁신적인 시도 자체를 의미 있게 봐 달라”고 말했다. 그동안 중국 기업은 삼성전자가 1년 전 내놓은 기술이나 제품을 어설프게 따라 하기 일쑤였다. 올해 MWC는 달랐다.
샤오미 전시장 입구에선 감탄사와 박수가 이어졌다. ‘춤추는 로봇 개’로 불리는 4족 보행 로봇 ‘사이버도그2’가 다양한 묘기를 부리고 있었다. 관람객이 먹이를 주는 자세를 취하면 이를 인식해 실제로 먹으러 오듯 반쯤 일어섰다. 물구나무에 백플립까지 해냈다. 샤오미 직원은 “개 3만 마리의 데이터를 학습해 반복적인 AI 시뮬레이터 훈련을 했다”며 “자체 개발한 사이버기어 마이크로액추에이터를 장착해 유연함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 로봇엔 시각, 촉각, 청각을 위한 고정밀 센서 19개가 들어갔다.
화웨이는 참가 기업 중 최대인 9000㎡ 규모 전시장을 꾸려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 ‘판구’ 등을 소개했다. 판구는 날씨 예측, 금융, 광산 채굴, 장비 제어 등에 특화돼 있다. 최근 베이징에 시범 구축한 5.5G(5.5세대) 네트워크 기술도 공개했다. 5.5G는 5G보다 10배 빠른 이동통신이다. 화웨이는 AI 활성화를 위해 5.5G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이날 발표했다.
오포가 선보인 증강현실(AR) 안경 ‘에어글라스3’도 볼거리로 꼽혔다. 기존에 나온 AR 안경보다 무게를 줄인 게 특징이다.
미·중 갈등 여파로 MWC 올인
MWC에서 중국 기업의 전시 품질이 크게 높아진 데엔 사연이 있다. 미·중 갈등 여파로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4’에선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기업을 볼 수 없었다. 반면 MWC엔 개최국인 스페인(696개), 미국(432개), 영국(408개)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288개 중국 기업이 참가했다.CES 대신 MWC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게 중국 기업들의 연중 목표가 됐다는 전언이다. 장외 광고전에서도 중국의 공세가 눈에 띄었다. 전시장에서 가장 가까운 대형 옥외 전광판을 삼성전자가 차지했다면 화웨이와 샤오미는 ‘양’으로 승부했다. 주변 건물과 지하철 벽면 등이 온통 이들의 광고로 가득 찼다.
바르셀로나=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