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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을 향해 이틀 연속 핵전력을 과시했다. 전날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초음속 장거리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160M 조종석에 앉아 있는 사진을 공개한 것에 이어 다음날에는 직접 전략 폭격기에 탑승해 비행했다.
2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및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의 항공 공장 활주로에서 Tu-160M에 승무원으로서 탑승해 약 30분간 비행했다. 이륙 전 준비는 45분이 소요됐다.
러시아 국영 방송을 포함한 현지 언론은 푸틴 대통령이 Tu-160M에 올라탄 뒤 이·착륙하는 과정을 상세히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비행이 전날 결정됐으며 이날 푸틴 대통령의 비행경로는 군사 비밀”이라고 말했다.
비행 후 푸틴 대통령은 전략 폭격기를 극찬하며 러시아가 이를 군에 도입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비행기에서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기자들에게 “러시아 공군이 수용할 수 있는 믿을 수 있고 현대화된 항공기”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어 “많은 부분이 새로우며 제어하기 쉽고 신뢰할 수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Tu-160M은 2027년까지 러시아 공군에 대당 150억 루블(약 1억 6300만달러)에 인도될 예정이다. 러시아는 2018년 Tu-160M 10대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폭격기 제조사 투폴레프는 “현대화된 버전은 구형 버전보다 60%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Tu-160M은 냉전 시대 폭격기를 현대화한 버전이다. 구형 폭격기는 구소련이 핵전쟁 시 원거리에서 무기를 조달하기 위해 배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내에서는 백색 외관의 특징을 살려 ‘백조’라고 부르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블랙잭’이라는 코드명을 붙였다.
Tu-160M에는 순항미사일 12기 또는 단거리 핵미사일 12기를 탑재할 수 있다. 재급유 없이도 1만2000㎞ 비행이 가능하다. 비행기에는 4명의 승무원이 탑승한다. 최대 속도는 마하 2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한 달 전인 2022년 1월 Tu-160M의 첫 시험비행을 진행했다.
이틀 연속 핵전력을 과시한 푸틴의 행보에 로이터 통신은 “푸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주년과 알렉세이 나발니의 옥중 사망으로 러시아와 서방이 대립하고 있는 시기에 비행을 감행했다”며 “서방세계에 러시아의 핵 능력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으로 여겨지는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3월 15~17일 대선을 앞두고 유세용”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푸틴이 핵 폭격기에 탑승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05년 군사 훈련 중 구형 Tu-160기를 타고 비행한 적이 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