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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보다 더 눈에 띄네…노랗고 투박한 작업용 부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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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패션과 명품업계가 주목하는 파리 패션위크. 1973년부터 프랑스 파리는 패션계의 전쟁터와 같았다. 군복 대신 신상 컬렉션을, 총 대신 주얼리를 걸친 모델들이 런웨이에 올라 승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부터 6일간 열린 2024 F/W에선 이변이 있었다. 가장 주목받은 브랜드가 디올도, 루이비통도, 샤넬도 아니라 팀버랜드였기 때문이다. 맞다. 50년 전통의 미국 작업복 브랜드, ‘노랗고 투박한 그 워커 부츠’ 말이다. 팀버랜드는 럭셔리의 전쟁터에서 어떻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걸까.


파리 패션위크를 장악한 팀버랜드의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럭셔리의 빅브러더’ 격인 루이비통과의 협업, 다른 브랜드와의 시의적절한 파트너십, 그리고 지능적 홍보 활동이다.

팀버랜드의 시그니처는 발목 높이가 6인치인 ‘팀브스’. 팀버랜드는 이번 패션위크 때 이 오래되고 낡은 디자인을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탈바꿈시켰다. 루이비통과 협업한 모델을 내놓고, 영향력 있는 ‘셀럽’에게 팀브스를 신게 한 것. 예상 밖 돌풍은 패션위크가 시작되기 전인 1월 12일부터 시작됐다. 루이비통의 남성복 디자인 팀을 이끄는 예술감독 퍼렐 윌리엄스는 직접 지휘한 팀버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부츠를 공식 SNS에 공개했다. 그때만 해도 별 예고나 설명이 없었다.

퍼렐이 팀브스를 신고 있는 사진은 루이비통 사무실의 평범한 일과처럼 보였다. 눈썰미 좋은 대중들은 곧바로 그 의미를 눈치챘다. 이날 구글에서 ‘팀버랜드’의 검색어 트래픽 수는 전일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패션위크의 공식 개막 첫날인 지난달 16일 퍼렐은 ‘2024 F/W 루이비통 남성복 런웨이’ 본무대에서 협업 제품을 제대로 선보였다. 예상대로 다음 날 구글 검색 트래픽은 팀버랜드가 장악했다. 패션 잡지들은 두 브랜드의 만남을 줄줄이 보도했다. 보그 프랑스는 “‘루이비통×팀버랜드’는 ‘루이비통×나이키’가 그랬던 것처럼 큰 이슈가 될 것이 분명하다”며 “패션계 두 거물이 신발 하나로 힘을 합쳤다는 사실만으로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표현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팀버랜드는 다른 런웨이에서도 저력을 과시했다. 웨일즈 보너의 올해 쇼에서 반짝이는 스팽글로 장식된 팀버랜드를 신은 모델이 런웨이를 걸었고, 일본 럭셔리 아웃도어 브랜드 화이트 마운티니어링의 쇼에서는 기능성 옷과 함께 등장했다.

팀버랜드 바이럴의 끝엔 셀럽들이 있었다. 팀브스를 신은 채 런웨이를 걷는 모습을 찍은 사진들이 SNS에 대거 업로드됐다. 파리 패션위크 ‘길거리 샷’에서도 팀버랜드의 존재감은 확실하게 드러났다. 물론 이 중 적지 않은 수는 팀버랜드의 ‘제품 협찬’. 파리에 도착한 셀럽과 에디터들에게 선물을 보내 모두 이 신발을 신게 했다.

팀버랜드의 전략은 하늘도 도왔다. 파리 패션위크 기간 파리 일대에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강추위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강한 바람과 함께 비 예보도 있어 ‘비바람에 강한 팀버랜드 부츠를 알리기’에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은 없었다는 후문이다.

팀브스의 성공은 명품은 물론 예술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벽 높은 명품 런웨이에 기대기보다 팀 전체가 파리를 발로 뛴 것, 셀럽을 우군으로 활용해 ‘길거리’와 SNS라는 마케팅의 두 채널을 모두 잡은 것, 동시에 최고의 럭셔리와 손을 잡아 브랜드 이미지를 높인 것까지…. 가장 오래된 명작을 가진 자가 ‘요즘 세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모든 마법을 부린 셈이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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