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 아니라 나트륨을 기반으로 제조한 나트륨 이온배터리가 중저가 배터리 시장에서 대체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뒤늦게 개발하고 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치열한 수요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리포트를 통해 “2035년 나트륨 배터리의 생산 비용이 리튬이온 기반의 LFP 배터리보다 11~24%가량 저렴해질 것”이라고 24일 전망했다. 기존엔 중국 기업들이 생산하는 LFP 배터리가 중저가 전기차에 주로 쓰이는 대표 모델이었지만, 앞으로는 나트륨 배터리가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나트륨은 리튬 매장량보다 440배 많은 흔한 원자재다. 가격도 80분의 1 수준이다. 리튬보다 채굴·정제가 쉽고 저렴하다는 점이 생산 단가를 낮추는 요인이다.
나트륨 배터리는 그동안 에너지 밀도가 낮아 쓰임새가 없었다. 그러나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투자한 결과 지금은 ㎏당 120~200Wh까지 에너지 밀도를 높였다. LFP 배터리 수준으로 올라온 터라 중저가 전기차, 전기 이륜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이 생산하는 고가 전기차에 장착되는 NCM 삼원계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당 200~350Wh다.
나트륨 배터리는 중국 전기차에 장착되며 상용화되기 시작됐다. 르노와 중국 장링그룹의 합작사인 JMEV가 중국 배터리 업체 파라시스의 나트륨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지난해 말 최초로 출시했다. 중국 장화이자동차(JAC)도 최근 나트륨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나트륨 배터리 쓰임새가 늘어나며 2035년엔 최대 254.5GWh의 수요가 발생해 연간 142억달러(약 19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게 SNE리서치 분석이다.
한국 기업들은 중저가 시장을 잡기 위해 뒤늦게 LFP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3사는 2026년 LFP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는 나트륨 배터리에 대해선 기술적인 검토는 하고 있지만 개발엔 착수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하이니켈 배터리에만 집중하다가 LFP에 중저가 시장을 뺏긴 것처럼 나트륨 배터리가 잠재적인 리스크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리튬 가격이 하락 안정화되는 국면이 지속된다면 나트륨 배터리가 크게 매력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산 단계에선 나트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LFP 배터리보다 낮은 경우가 많아서 시장에 본격적으로 침투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