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23일 16:1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공모가 1만원인 NH스팩20호(엔에이치스팩20호)와 하나금융25호스팩 등 대형 스팩이 고평가 논란으로 주식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이들 스팩과 합병할 크리에이츠, 피아이이 등의 기업가치가 과대평가됐다고 판단해서다. 일부 NH스팩20호, 하나금융25호스팩 투자자들은 이번 기업 합병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할 계획이다. 최악의 경우 합병이 무산될 위험도 있다.
NH스팩20호는 23일 0.20% 내린 9900원에, 하나금융25호스팩은 0.52% 내린 965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두 스팩 모두 공모가 1만원을 밑돌아 거래되는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스팩 투자자들이 합병할 기업의 가치가 고평가됐다고 평가해 매도하면서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며 “합병 이후 주가 하락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NH스팩20호와 합병하는 크리에이츠와 하나금융25호스팩과 합병하는 피아이이 모두 ‘메가 스팩’으로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메가 스팩은 공모금액 300억원 이상, 시가총액 3000억원대의 대형스팩을 말한다. 공모가 2000원대 중소형 스팩의 공모금액이 100억원대, 시총이 1000억원대인 점과 비하면 규모 면에서 차이가 크다.
대형 스팩은 2022년 8월 IPO 시장에 처음 등장한 이후 합병 사례가 없다. 300억~400억원대 스팩의 공모금액을 소화할 정도로 IPO상황이 좋지는 않은데다 합병할 만한 규모 있는 기업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크리에이츠는 공모금액 510억원, 시가총액은 3700억원대에 달하는 첫 대형 스팩 합병으로 시장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크리에이츠의 기업가치가 과대평가 됐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투자자들이 합병에 반대하려는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크리에이츠의 합병비율은 당초 1대0.34443474였으나 고평가 비판을 받자 합병 비율을 1대 0.3657949로 소폭 조정했다.
스팩 투자자들은 사업 모델이 유사한 골프존의 시가총액을 비교하며 만족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크리에이츠는 오는 2027년 매출이 2096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골프존 매출(6175억원)의 1/3 정도 수준이다. 크리에이츠의 합병 후 시가총액은 3700억원으로 골프존 시가총액(5000억원)의 74% 수준으로 고평가됐다는 논리다. 고평가 논란이 있던 피아이이도 합병비율을 당초 1대 0.7386615에서 1대 0.8140671로 조정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오는 30일부터 시작하는 합병반대 의사통지 기간에 반대의사를 통지할 예정이다. 합병에 반대하는 투자자는 이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크리에이츠의 주식매수청구가격은 1만570원이다. 현재 합병비율을 유지할 경우 투자자들의 반대로 합병이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중소형에 비해 대형스팩의 인기가 저조한 만큼 증권사도 앞으로 대형 스팩 상장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