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에 대한 눈높이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17일 KB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80만원에서 65만원으로,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기존 68만원에서 59만원으로 13% 하향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고 올해 상반기까지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다만 투자의견은 '매수'로 모두 유지했다.
KB증권은 삼성SDI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을 5조7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업이익 추정치는 3815억원으로 같은 기간 22% 줄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밑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업황 대비 선방이 예상됐던 삼성SDI의 전기차(EV)용 중대형 배터리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리튬 가격도 급락한 상황"이라며 "평균판매단가(ASP)가 지난해 3분기 대비 10%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SDI 실적에 대해 이주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BMW, 아우디 등 주요 고객의 견조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판가 하락 등으로 자동차 전지 부문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7% 줄어들 것"이라며 "삼성SDI의 소형 전지 부문 역시 전동공구 수요 둔화가 지속되며 같은 기간 영업익 8% 감소가 전망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속되는 전기차 시장 둔화에 따라 올해 삼성SDI의 외형적인 성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주영 연구원은 "지난해 매출액 성장률은 14.6%로 추정된다. 올해는 이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올해 1월부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지급 대상 차종도 대폭 줄었지만, 대부분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어 실적 성장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증권가는 현재 삼성SDI가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주영 연구원은 "성장률이 둔화된 점을 반영해 목표주가는 낮추지만 현 주가는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아주 높은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창민 연구원도 "실적 부진 우려로 이미 주가는 최근 6개월간 45%가량 떨어졌다"며 "업종 평균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의 주가이므로 밸류에이션을 고려해 매수를 권한다"고 전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