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신임 외교부 장관(사진)은 "멀지 않은 장래에 한국의 G7 플러스 가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재임기간 중 G7 플러스 후보국 위상을 확고히 할 것"이라고 12일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올해부터 시작되는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활동이 좋은 기회이자 국론 수렴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또 "'경제 따로 안보 따로' 외교가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려운 세상"이라며 "경제·안보 융합 외교 역량을 강화하고 민생 외교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1979년 외무고시(13회)에 합격한 조 장관은 외교부 제 2차관과 유엔 대사 등을 지냈다.
조 장관은 취임식 이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배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윤석열 정부 들어서 한·미 확장억제력이 커지고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는 우리의 구체적인 노력이 가시화하면서 (북한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한·미·일 사이에서 갈라치기를 한다든가, 신뢰에 균열을 가게 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대남 강경 노선과 우리 정부의 대북 억제책이 '치킨 게임'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도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데 우리는 가만히 있으면 안보가 확보되지 않는다"며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응을 해야 균형이 생기는 것이고,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을 때 우리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미 투자에 대해서는 "우리의 국익에 합당하다고 판단했기 떄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라며 "동맹인 미국이 요구하기 때문에 우리가 끌려가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에 관해서는 지정학적인 환경 탓에 한·중 관계 개선이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양국 국민들의 정서 문제도 크다고 했다. 조 장관은 "대외적인 환경은 우리 통제 영역 바깥에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제약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양국 국민들의 상호 인식이 지난 몇 년간 극도로 악화돼 있고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 대해서는 "그동안 대통령이 베이징에 자주 갔지만 시 주석의 방한은 한 번밖에 없었던 만큼 가급적 조속한 시일 내 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조 장관은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정부가 발표한 '제 3자 변제'가 이 문제를 해결할 거의 유일한 방안"이라며 "여러가지 어려움에 봉착하더라도 그 해법을 기초로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한일 관계 개선의 흐름을 타서 일본의 민간 기업들도 함께 배를 타는 마음으로 문제 해결에 동참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한국의 외교적 생존 전략으로 '자강'과 '연대 강화'를 언급했다. 자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는 한편 동맹을 중심으로 한 국제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자강을 토대로 한 국제연대가 해답이라고 생각한다"며 "단기간에 끝낼 게 아니라 '장기 게임'인 만큼 감수해야 할 단기적 비용을 우리 사회가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날(11일) 저녁 조 장관은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통해 한·미 관계, 한·미·일 협력 및 북한 문제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통화에서 한·미 핵협의그룹(NCG),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등을 통해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긴밀한 한·미와 한·미·일 대북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국제사회의 철저한 안보리 결의 의무 이행을 견인하자고 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