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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이모님 아닙니다! 그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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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해를 넘겼다. 고대하는 손님은 쉬이 오지 않는 것일까. ‘독박 육아’가 저출산 탈피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에 따라 서울시가 ‘동남아 이모님’을 모시기로 한 지 반년이 넘었는데, 온다 온다 소리만 있고 아직이다. 사정이야 있겠지만 애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대한민국은 인구절벽을 넘어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지난 16년간 28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젊은 부부들은 아이를 낳지 않았다. 청년들은 결혼조차 거부했다. 동남아 이모님은 여성 홀로 육아를 책임지는 부담이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처방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차별, 불법 체류자 발생 우려 등 도입 전부터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됐다.
언어의 풍경은 시대 변화 반영
그 와중에 ‘이모님’이라는 호칭이 유탄을 맞았다. 이 호칭이 친족 아닌 사람에게 쓰인 것은 1990년대 초반쯤이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식당 여주인에게 학생들이 친밀함을 표현한 것이 사회적으로 자리 잡았다. ‘아줌마’를 대체한 배려에서 나온 언어다. 아줌마가 부모와 같은 항렬 친족 여성에게 사용하던 ‘아자미’에서 온 말이라는 것을 알면 언어의 변신은 아이러니 그 자체다.

‘이모~’가 대중에 안착한 데는 한국 사회의 모계화도 한몫했다. X세대(1965~1980년대 출생)가 결혼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젊은 부부에게 맞벌이가 보편화했고, 양육은 큰 문제였다. 젊은 엄마는 시부모에게 육아를 부탁하는 것보다 친정엄마에게 손을 벌리는 게 마음 편했다. 그래서 친정엄마를 중심으로 자매가 가까이 모여 사는 사례가 많았다. 이모를 고모보다 더 친근하게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영국 정신분석가 존 볼비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어린아이가 가장 먼저 애착을 형성하는 사람은 어머니다. 어머니의 형제, 이모에게 느끼는 감정은 그 연장선이다.
새로운 장면, 대중이 만들어가
그러던 이모님이 어쩌다 멸칭화한 것일까.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대국민 선호도 조사 결과 42.5%가 이모님 대신 선택한 가사관리사라는 명칭을 쓰자고 제안했다. 호칭은 ‘관리사님’을 권고했다. 가사도우미, 아이돌보미도 있는데 모두 배척당했다. 가사도우미는 지금도 많이 쓰이는 말이다. ‘파출부’를 대체한 지 20년 가까이 됐다. 생존력이 그만큼 강하다는 얘기다. 도우미에서 돌보미, 돌봄 등으로 파생도 일어났다.

시대와 사회 변화에 따라 많은 어휘가 생기고 사라진다. 이모님이 가사관리사로 뿌리 내릴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예전 집안일을 챙기는 사람으로 ‘유모’와 ‘찬모’가 있었다. 유모는 말 그대로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고, 찬모는 식사를 해내는 사람이다. 찬모는 개발연대에 ‘식모’라고도 했다. 입주 요리사인 셈이다. 이들은 모두 사라졌다.

이모님도 식당과 고깃집에서는 이미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요즘은 외국인도 이모님 대신 ‘저기요’를 선호한다고 한다. ‘여기요’도 있다. 이래저래 애먼 이모님만 수난당하는 모양새다.

동남아 가사관리사를 호칭할 땐 이름이 최선일 듯싶다. 이름만큼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도 없다. 마리아, 앤젤라에 ‘씨’자를 붙이면 충분하다. ‘관리사님~’은 생경하다. 모쪼록 이모님과 젊은 엄마 모두 아이 키우며 꽃길만 걸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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