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워런 버핏’이라 불리는 영국의 스타 펀드매니저 테리 스미스가 에스티 로더(EL)의 지분을 매각하고 로레알(OR)의 지분은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로레알을 ‘장기적 최선호주’라고 밝히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테리 스미스가 투자자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을 인용해 에스티 로더의 중국 사업 부진을 이유로 그가 에스티 로더의 지분을 매각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각 지분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테리 스미스는 영국에서 가장 큰 펀드 중 하나인 ‘펀드스미스 에쿼티’를 운용한다.
테리 스미스는 “에스티 로더가 ‘공급망의 심각한 부적절성’으로 인해 지난해 중국의 봉쇄 해제 이후 맞이한 호황을 누리지 못했다”며 “전 세계 여행소매업(면세점 등) 회복도 놓쳤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에도 그는 상반기 연례 서한을 통해 “에스티 로더는 중국의 여행 재개에 대비한 재고가 쌓였고 이후 상각으로 인해 실적이 부진해졌다”며 “에스티 로더가 아시아에 제조시설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공급망에 약점이 드러났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중국 내 여행이 재개되었을 때 소비자들은 화장품보다는 시계, 핸드백 등 사치품을 먼저 구매했다”라고도 진단했다.
에스티 로더는 중국 경제 둔화에 따라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며 지난 세 분기 연속 연간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작년 11월 진행한 2024 회계연도 1분기(2023년 7~9월) 실적 발표에서 회사 측은 오는 6월 말 마감하는 2024 회계연도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35% 낮췄다.
고급 스킨케어 라인과 향수 제품을 강화하고 클리니크 브랜드를 재출시하는 등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에스티 로더 주가는 1년 전 262.45달러에서 9일 종가 기준 139.27달러로 50% 가까이 떨어진 상황이다.
스미스는 경쟁사인 로레알 지분은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레알 역시 여행 소매(면세) 부문에서 타격을 입었지만, 메이블린과 같은 저가 브랜드들이 럭셔리 부문의 부진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로레알은 3분기(2023년 7~9월)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1.1%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작년에는 호주의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을 25억3000만달러에 인수해 럭셔리 부문을 강화했다. 최근 1년간 주가는 20% 가량 상승했다.
스미스는 서한에서 “로레알은 장기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기업”이라고 언급했다. 로레알은 지난달 29일 기준 메타 플랫폼스(META), 루이뷔통모에헤네시(MC)와 함께 펀드스미스 보유 상위종목에 올라가 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