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업계가 최악의 자금난에 빠졌다. 얼어붙은 투자심리와 주가 급락에 전환사채(CB)와 주식담보대출 상환 요구가 급증한 탓이다. 심각한 적자와 자금난에 핵심 기술인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과 연구개발(R&D) 장비를 내다 파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업계는 내년에 자금 절벽이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하고 있다. 이번 혹한기로 세계 10대 바이오 강국인 한국의 경쟁력이 10년가량 후퇴할 것이란 암울한 경고마저 나온다.
바이오산업은 고위험·고수익의 속성을 갖는다. 신약 개발에 오랜 기간이 걸리는 데다 투자 비용도 많게는 수조원대에 이른다. CB 발행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투자받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도 3~4%에 그친다. 반면 꾸준한 R&D를 통해 성공만 하면 대박을 낼 수 있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반도체의 세 배에 이른다. 바이오기업들이 CB 발행에 의존하지 않고 지속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함으로써 혁신적인 신약 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하는 이유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규제 혁파다. 예컨대 국내에선 불법이어서 일본이나 대만으로 줄기세포 원정 시술을 떠나는 연간 1만~2만 명의 환자가 국내에서 시술받도록 하면 바이오업계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강기윤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이 발의한 줄기세포 치료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것은 그런 점에서 고무적이다.
한국을 비롯해 선진국들이 초고령사회로 접어드는 추세와 맞물려 첨단 바이오산업은 더 성장할 것이다. 지난해 비만 치료제 하나로 단번에 시가총액 600조원대 기업으로 도약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는 한국이 왜 바이오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바이오산업이 빙하기를 잘 넘기고 글로벌 경쟁력을 다질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R&D 예산도 늘려나가야 한다. 최근 출범한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가 바이오산업 육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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