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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측정은 어떻게 역사를 지배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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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저널리스트 제임스 빈센트는 <측정의 세계>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측정이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 그 기원을 살펴본다. 그는 인류가 처음으로 숫자를 세고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마침내 다른 동물들과 달라졌다고 지적한다. 측정은 우주 속 인간의 위치를 다시 정의하게 하고 건설과 도시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구조적 뿌리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나일로미터라는 측정 도구를 사용해 나일강의 범람 수위를 측정했다. 매년 홍수로 불어난 나일강은 주변 땅을 비옥하게 개량했다. 나일로미터가 기근이 온다고 측정하면 사람들은 식량을 비축했다. 풍작이 온다고 하면 작물, 노동, 토지의 형태로 적절한 세금이 부과됐다.

측정법은 초기 국가와 사회 구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중세 영주들은 원하는 만큼 노동과 상품을 착취하기 위해 자기만의 척도를 이용했다. 토지의 면적이나 곡물의 무게를 잴 때 쓰이는 기준값은 지역마다 달랐다.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측정 체계인 미터법은 프랑스 혁명으로 본격 도입됐다. 혁명 당시 평민은 귀족의 속임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귀족은 교역과 농업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서 표준화를 원했다.

측정은 정복과도 관계가 깊었다. 17세기 측정 열풍이 불었던 스웨덴은 정밀한 무기로 인근 핀란드, 노르웨이, 러시아에 이르는 영역을 정복했다. 18세기 미국의 개척자들은 야생의 땅을 측정하며 관리할 수 있는 땅으로 바꿔나갔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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