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행정법원 법정에 선 원고는 정비업계에서 유명한 스타 조합장 K씨였다. 그는 자신이 과거 조합장을 지낸 조합이 아니라 다른 조합을 상대로 조합원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재판장이 K씨에게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묻자 “코로나19로 어수선하던 시절이라 정해진 분양계약 기간에 계약을 맺을 수 없었고, 뒤늦게 체결한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니 조합원으로 받아줘야 한다”고 거침없이 대답했다.
이와 같은 K씨 주장에 대한 재건축 조합 변호사의 대답은 다소 의외였다. “현재 조합이 정관을 변경해 뒤늦게 분양계약을 체결한 조합원도 조합원으로 받아주기 위한 총회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보통 조합원 지위 인정 여부를 다투는 재판과는 달리 우호적인 반응이었다. 다른 사건이었다면 조합원 지위를 인정할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을 것이다.
얼마 전 K씨는 서울 한 재건축 조합의 부조합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사건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때도 K씨를 비롯한 일부 조합원이 조합 정관에 정해진 기간 내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조합원 지위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쟁점이었다. K씨를 비롯한 일부 조합원이 조합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보통 재건축 조합의 정관에는 △분양 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 △분양 신청을 철회한 자 △관리처분계획에 의해 분양 대상자에서 제외된 자 등을 현금청산자로 규정하고 있다. 정해진 기간 내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자도 현금청산자로 취급하는 위 규정을 준용한다. 따라서 분양계약을 맺지 않은 자는 현금청산자가 되는 것이 널리 퍼진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변론기일에서 조합 측 변호사가 K씨와 같은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렇게 조합 정관을 변경한다면 K씨가 조합원 지위를 확인받을 수 있을까. 분양계약 효력에 대한 서울고등법원과 대구지방법원의 판결이 있다. 이를 해석해 보면 재건축 조합이 수립하는 관리처분계획은 조합원의 재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관리처분계획에 반하는 분양계약은 그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 또 조합원과 조합 사이 분양에 관한 관계는 도시정비법, 정관, 관리처분계획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지 분양계약에 의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도시정비법, 조합의 정관, 관리처분계획 중 분양계약에 따른 효과를 정한 규정이 있다면 그에 따를 수도 있다.
K씨와 재건축 조합은 이와 같은 판례 해석에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즉 분양계약을 뒤늦게 체결한 자에 대해 어떤 지위를 인정할지 도시정비법, 조합정관, 관리처분계획 등에 정해두지 않은 상황에서 ‘분양계약 기간이 지나 뒤늦게 분양계약을 맺은 조합원도 유효한 분양계약 체결로 본다’는 취지로 조합 정관을 변경한다면 분양계약 효력에 대한 보충이 가능할 수 있다.
다만 정관을 변경하기까지 분양계약 기간을 초과해 계약을 체결한 조합원에게 다시 조합원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특혜 부여라고 볼 여지도 있다. 정관변경 사항인 조합원의 권리, 의무 변경 조치는 정관 변경이 가능한 정족수의 동의와 총회 의결 절차를 필수적으로 준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고형석 법률사무소 아이콘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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