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중국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참여했던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과 중국의 정상회담을 앞둔 6일(현지시간) 탈퇴했다.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탈리아의 대중 무역적자도 심화되고, 중국이 일대일로에 참여한 개발도상국 채무를 늘렸다는 비판까지 나오면서다. 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EU와 중국의 정상회담도 성과 없이 끝났다.
6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3일 중국 정부에 일대일로 협정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식 서한을 전달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이날 로마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일대일로에 대해 “원하는 효과를 내지 못했으며 더 이상 우선순위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2019년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했다. 협정이 5년 단위로 자동 갱신돼 말까지 갱신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그러나 미중 갈등 속 서방이 전략적으로 대중 의존도 줄이기에 나선 만큼 이탈리아도 일대일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탈리아의 전 나토 주재 대사 스테파노 스테파니니는 “미국이 현 이탈리아 정부에 G7의 지위로 일대일로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도 원인으로 꼽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대중 무역적자는 일대일로에 가입하던 2019년 140억달러(약 18조원)에서 지난해 329억달러(약 43조원)로 늘었다.
7일 중국 베이징에서 4년 만에 열린 EU-중국 정상회담은 별다른 소득 없이 종료됐다.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만나 “중국과 유럽은 상호이익과 협력의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종류의 간섭을 제거하고 대화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미국을 겨냥한 듯한 발언도 했다.
반대로 EU 측은 중국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물자 지원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또 유럽과 중국의 무역 불균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의 대중 무역적자는 4000억유로(약 570조원)에 육박했다. 2000억유로를 밑돌던 2020년과 비교하면 2년 만에 2배로 증가한 셈이다. 중국이 부진한 내수를 만회하기 위해 수출을 강화하며 유럽의 핵심 산업과 노동력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유정/김인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