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생산, 국내로 수입돼 '중국산 테슬라'라고 불린 테슬라 모델 Y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에서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7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모델 Y는 지난달 국내에서 3542대 판매됐다. 중국산 모델 Y가 국내에서 본격 출고된 지난 9월에는 4206대, 10월에는 2814대 판매됐다. 불과 석 달 만에 국내에서 1만대 넘게 팔렸다. 현재 출고 대기 기간이 3~6개월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연간 판매량이 1만대를 넘는 수입차 모델은 흔치 않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2만8318대), BMW 5시리즈(2만1166대), 벤츠 S클래스(1만3206대) 3개 차종만 판매량 1만대를 넘겼다. 올 들어 현재까지도 이 3개 차종만 1만대 클럽에 들었다.
테슬라는 지난 7월 중국에서 생산하는 모델 Y 후륜구동 모델을 국내에 론칭하고 9월부터 소비자 인도를 시작했다. 8월까지는 미국 프리몬트 공장에서 제조한 모델 Y를 국내에 팔았는데, 올해 1~8월 판매량은 5000대가 채 안 된다.
중국산 모델 Y는 가격이 5699만원으로, 테슬라코리아가 이전까지 판매하던 모델 Y 롱레인지(7874만원)보다 2000만원 이상 저렴하다. 중국산 모델 Y는 후륜구동에 전기모터 1개를 장착하고 중국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했다. 이전에 판매하던 모델 Y는 듀얼모터와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를 썼다.
배터리가 바뀌어 주행거리도 짧아졌다. 중국산 모델 Y는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가 350km로, 이전에 팔던 모델 Y(511km)보다 확연히 줄었다.
당초 업계에선 국내 소비자들의 '중국산'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판매가 지지부진할 것이란 관측도 일부 있었지만 이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중국산'이라는 심리적 장벽을 뛰어넘을 정도의 가격 메리트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제조사들도 전기차에 중국산 LFP 배터리를 적극 채택하고 있는 추세다. 전기차 제조원가의 40~50%에 달하는 배터리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출시된 기아 레이 EV는 중국 CATL의 LFP 배터리를, KG모빌리티 토레스 EVX는 중국 BYD의 LFP 기반 블레이드 배터리를 탑재해 출시했다. 판매량도 준수하다. 레이 EV는 지난 10월 1300대, 11월 1387대가 판매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토레스 EVX도 지난달 국산 완성차 업체 전기차 모델 중 두 번째로 많은 판매고를 올렸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