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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워크 파산으로 비춰보는 이커머스 시장의 명암[모니터 딜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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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12월 06일 09:4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공유경제의 아이콘 위워크가 최근 파산했다. 창업자는 큰 돈을 벌었지만 위워크에 투자한 대가로 세계 최대의 기술투자자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마저 약 18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위워크가 임차료 일부의 지급 불능을 선언함에 따라 위워크에게 공간을 빌려준 임대인들과 부동산 펀드의 손실도 불가피하게 되었다. 파산이 원인에 있어 코로나사태와 재택근무의 확산으로 인한 부동산 공실의 증가, 금리상승으로 인한 스타트업 경기 악화, 실물경제의 본질가치를 우습게 보고, 힙한컬쳐가 세상을 지배하는 새로운 법칙인 것처럼 착각한 결과라는 분석도 맞다.

이상은 아름다웠다. 우수한 아이템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좋은 근무환경을 내세우며 전문인력을 유치하고, 한 공간을 다양한 인재들이 공유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해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아이디어는 얼마나 훌륭한가?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좋은 근무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운영유지비가 필요했고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많지 않았다. 투자 받은 돈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다음 라운드의 투자를 받기까지, 혹은 수익을 내기 시작할 때까지 생존해야 하는 것이 스타트의 생리인데, 이들이 입주하기에 위워크의 임차료는 너무 비쌌다.

많은 공간이 빅테크나 대기업이 비용을 내면서 신생 스타트업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제공하는 공간으로 활용되었고, 스스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건전한 스타트업들 보다 단기 수익창출이 가능한 코인 리딩방이 자리를 잡았다. 커뮤니티 형성으로 인한 장점도 단기간에 수익창출로 연결되지는 않으니 높은 비용을 보전하기는 쉽지 않았다. 게다가 중심가에 위치해 지대가 높은 대규모 공간을 임차해 소규모로 분할한 후 재임대하는 사업은 구조적으로 경기변동에 매우 취약한 모델이다. 부동산 임대업자가 장기고객을 선호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위워크의 실패를 지켜보면서 가치는 어디에서 나오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가치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공급자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고객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첫번째 관문이다. 이후 차등적 서비스 제공에 수반되는 비용의 증가를 보전할 만큼의 고객의 추가적인 지출이 발생해야만 비로서 가치가 창출된다. 이것을 두번째 관문이라 하자.

소수의 고객이 충분히 많은 지출을 하거나, 조금이라도 더 지출할 수 있는 고객이 충분히 많으면 된다. 위워크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선망하는 업무공간이 되었으니 첫번째 관문은 통과한 셈이다. 하지만 서비스에 대해 충분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고객을 확보하지 못해 두번째 관문은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나빠지면 고객은 지출을 줄이기 마련이고, 위워크가 제공하는 우수한 사무환경은 투자자를 구하지 못한 스타트업에게 위워크의 높은 임차료는 감당하기 어려운 사치일 수밖에 없다.

같은 관점에서 이커머스 시장을 바라볼 수도 있다. 이전 시대에 리테일 시장을 지배했던 대형마트와 오픈마켓을 구시대 유물로 전락시킨 마켓컬리와 쿠팡의 등장으로 이커머스 시장은 혁명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직접 매장을 방문하거나 상품 주문 후 2~3일을 기다려야 했던 과거와 달리 당일 혹은 다음날 새벽에 물건을 받고 언제든 손쉽게 교환이나 반품이 가능한 서비스에 소비자는 환호했다. 마켓컬리와 쿠팡의 놀라운 서비스에 소비자는 빠르게 길들여졌다. 두 업체 모두 자금을 구하기 쉬웠던 장기 저금리시대를 최대한 활용해 무수한 난관을 통과하며 우여곡절 끝에 첫번쨰 관문을 통과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소비자가 알지 못하는 대규모의 물류 인프라 투자와 재고의 전진배치가 필요하고, 비용은 결국 필연적으로 소비자가 직접, 또는 판매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불하게 된다. 배송시간의 단축으로 인한 비용증가를 소비자의 추가적인 지출로 보전하는데 성공하는 것이 이커머스 플랫폼이 통과해야 하는 두 번째 관문인 것이다.

신선상품의 비중이 커 더 많은 투자와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마켓컬리가 투자자의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한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소비자는 마켓컬리 상품의 가격에 대해 비싸다고 느끼고 있고, 그렇다면 비용을 감당할 만큼 충분한 소비자의 수를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한편 쿠팡의 경우 마진폭을 줄이면서도 충성고객의 수와 고객당 구매회수를 늘리는 박리다매로 승부를 내 볼 계산인 것 같다. 배달플랫폼 이용료를 할인해주고 OTT 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회원수를 늘리려는 쿠팡의 노력은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 위태로워 보이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높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향유하는 유례없는 빠른 배송 서비스를 불경기를 맞은 소비자가 얼마나 감내할 수 있을까? 마켓컬리와 쿠팡이 생존하느냐 아니면 위워크와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냐가 여기에 달렸으니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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