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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현의 시각] 근로시간 개편 더 속도내야…"정권 잃더라도 개혁" 초심 지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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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 후 노동·교육·연금개혁을 3대 개혁 과제로 선언하며, 특히 노동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하지만 노동 관련 국정과제 계획은 장밋빛 청사진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 1년6개월간 이룬 성과가 적진 않다. 역대 정부가 방기했던 노사 법치주의를 안착시킨 건 충분히 점수를 줄 만하다. 출범 초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과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집단운송 거부) 때 윤석열 정부는 법과 원칙을 강조했고 결국 파업 철회를 이끌어냈다.

수년째 계속됐지만 지난 정부가 손놓고 있던 전국 건설현장의 채용 강요 행태를 바로잡은 것도 성과다. 노조 회계 투명화 조치도 조합원 세액공제 혜택 폐지라는 ‘강수’를 활용해 양대 노총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제는 구체적인 법·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고용노동부가 13일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 방안은 아쉬움이 크다. 근로시간 개편은 당초 노사가 원하고 합의하면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현행 1주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해 숨통을 터주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주 69시간 근무’ 논란이 불거지면서 당초 취지가 묻혀버리고 개혁 동력도 약해졌다. 그로부터 8개월가량 흐른 뒤 정부가 5억원 가까이 들여 시행한 대규모 설문조사 결과는 정부가 당초 추진하려던 정책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정부는 근로시간 개편을 어떤 업종·직종에 적용할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정부가 근로시간 개편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정부가 구체적인 대안도 내놓지 않고 노사 합의와 사회적 대화만 강조한다면 결국 근로시간 개편도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이번 근로시간 개편안이 총선 전까지 ‘시간 벌기’로 끝날 수 있다는 비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다른 개혁과제도 마찬가지다. 노동개혁은 무조건 내년 총선 이후로 미룰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대로 하는 게 총선 전략이 될 수 있다. 국민 공감대가 높고 노동계가 대놓고 반대하지 못할 개혁 과제를 추진한다면 좋을 것이다.

대표적인 게 사업장 점거 문제다. 현행 노조법은 파업 때 사업장 주요 시설 점거를 금지하고 있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는 탓에 판사 성향에 따라 불법과 합법이 엇갈린다. 노사가 모두 부당노동행위를 하더라도 사용자만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 노조는 법률에 ‘죄목’ 자체가 없어 처벌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파업 찬반 투표의 유효기간이 없다 보니 단 한 번의 파업 찬반 투표로 이후 몇 년간 파업을 벌일 수 있는 황당한 문제점도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독일 사민당이 노동개혁을 하다가 정권을 17년 놓쳤지만 독일 경제와 역사에 매우 의미 있는 개혁을 완수했다”고 했다.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골든타임은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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