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에 나선 것은 연말마다 쏟아지는 개인 큰손들의 매물 폭탄을 막아 증시를 안정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종목당 10억원으로 설정된 양도세 과세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큰손들이 연말 주식을 대거 매도해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양도세 과세 기준이 50억원으로 높아지면 이런 매물이 급감해 코스닥시장 등 연말 증시가 한층 안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선 당정이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에 이어 주식양도세 완화에 나선 것은 내년 4월 총선에서 1400만 ‘동학개미’의 표심을 노린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매년 수조원 ‘절세 매매’ 줄어들 전망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연말에 개인투자자가 대주주 지정을 피하기 위해 ‘절세 매매’한 규모는 수조원에 달한다. 세법상 대주주에 해당하면 증권거래세(최대 0.25%)에 더해 주식 매매차익의 22~33%만큼 세금(주민세 포함)을 더 내야 해서다. 평가액 10억원어치 주식을 가진 투자자가 1억원을 벌었다면 최소 22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얘기다.개인투자자들은 작년 양도세 기준일(12월 28일)엔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1331억원어치를, 코스닥시장에선 403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2021년엔 기준일 하루에만 3조1587억원어치를 덜어냈다.
이들은 주식 보유 평가액을 10억원 미만으로 유지하기 위해 연말엔 주식을 대거 처분하고 이듬해 천천히 다시 사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는 아예 해외 증시로 빠지기도 했다. 시장이나 종목 펀더멘털과 관련 없는 매도 물량이 단기간 집중적으로 쏟아지면서 일부 종목은 주가가 빠지기도 했다. 그간 개인투자자들을 비롯한 증권가 안팎에서 증시 안정성을 위해 대주주 요건을 재고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 이유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주식 양도세 제도는 주식 거래에 불필요한 변동성을 초래함과 동시에 투자자의 주식 거래 행태를 왜곡한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부 직권으로 개정 가능”
윤석열 정부는 작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기부터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을 현 10억원에서 100억원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함께 ‘부자 감세’라는 프레임으로 공격에 나서면서 무산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주주 양도세 요건은 법률이 아니라 대통령령(시행령) 규정 사항이므로 여야 합의와 관계없이 정부 직권으로 개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환영
증권업계에선 이번 양도소득세 기준 완화 조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이달 들어 세금 부담을 고려해 ‘매도 타이밍’을 잡고 있는 거액 투자자가 있었다”며 “기준을 50억원으로 올린다면 굳이 매도에 나서야 하는 이들의 수가 확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도세 기준일 전후로 매년 개별 종목은 매물이 눈에 띄게 속출했다”며 “특히 시가총액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형주가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2차전지 관련주를 비롯한 코스닥시장 개별 종목에 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선한결/박의명/성상훈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