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생태원을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국가 자연생태 플랫폼으로 발돋움시키겠습니다.”
조도순 국립생태원장은 26일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생태 빅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과 학문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원장은 “국립생태원이 개원 10주년을 맞아 재탄생을 앞두고 있다”며 “자연을 보전하되 인류도 자연에서 최대한 혜택을 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향을 찾겠다”고 말했다. 국립생태원은 2013년 10월 설립돼 27일 10주년을 맞는다.
조 원장은 “기계학습 분석 기술 등을 에코뱅크의 생태 빅데이터에 접목하고 연구 데이터 표준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에코뱅크는 ‘전국 자연환경 조사’ 결과를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든 생태 플랫폼이다. 정부나 민간기관이 사업을 수행할 때 필요한 각종 생태·환경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고, 환경영향평가에도 활용된다. 국립생태원 전문가들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멸종위기종과 외래종 현황 등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5년마다 업데이트한다.
조 원장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생태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업적을 내놓을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겠다”고 했다. 그는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방안으로는 이산화탄소 포집 같은 화학적 방법도 있지만, 생태계를 잘 관리해 탄소를 흡수하는 방법도 있다”며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생태 연구는 미래 세대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해외 연구소를 설치해 해외 생태계 전문가를 육성하고 해외 연구자들과의 연구 협력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외래종 유입 대응과 멸종 위기종 보전도 국민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국립생태원의 업무로 꼽힌다. 무역량 증가로 늘어난 외래종이 지구 온난화와 맞물려 빠르게 번식해 치명적인 생태계 파괴를 유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주택가에서 발견된 마른나무흰개미가 대표적인 사례다. 조 원장은 “키우지 못하는 외래 동물을 ‘자연으로 돌려보낸다’며 방사하는 행위는 생태계 파괴를 유발할 수 있다”며 “교육, 홍보를 통해 이 같은 사례를 국민에게 알리는 게 국립생태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5대 기후 전시관으로 꼽히는 국립생태원의 에코리움은 지난해에만 관람객 53만 명이 다녀갔다. 연구 목적으로만 들여올 수 있는 남극의 젠투펭귄 등 다른 동식물원에서 볼 수 없는 생물을 저렴한 입장료(5000원)로 볼 수 있어서다.
멸종 위기종 보전도 국립생태원의 주된 업무다. 최근 국립생태원은 충남 태안 신두리사구에 소똥구리 200마리를 방사했다. 1969년 이후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소똥구리의 원종을 몽골에서 들여와 경북 영양의 멸종위기종 복원센터에서 번식시켰다. 소똥구리는 생태계 청소부 역할을 하는 곤충으로 한국의 생물다양성 복원을 상징한다. 조 원장은 “복원센터는 국내 멸종위기종 관리와 연구의 총본산”이라며 “이번 복원 작업은 생물 다양성의 진정한 의미를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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