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투자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 오는 27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주요 경영 키워드다. 이 회장은 지난 1년간 꾸준히 첨단 기술 투자를 독려하고 글로벌 테크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회동하며 삼성 재도약의 발판을 다져 왔다. 최근에는 삼성의 주요 일본 소재·부품 협력사 모임을 4년 만에 주재하며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천 리 길 함께 가는 소중한 벗”
22일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주말 서울 한남동에 있는 삼성 영빈관 ‘승지원’에서 LJF(이건희와 일본 친구들) 정례 교류회를 주재했다. LJF는 이건희 선대회장이 삼성과 일본 전자업계 부품·소재기업 간 협력체계 구축을 제안해 1993년 시작됐다. 이번 교류회에는 삼성 주요 정보기술(IT) 계열사 사장단과 TDK, 무라타제작소 등 8개 일본 협력사 경영진이 참석했다. 이 회장이 LJF 정례 교류회를 주재한 것은 회장 취임 이후 처음이다.이날 이 회장은 환영사에서 “삼성과 일본 업계가 미래 산업을 선도하고 더 큰 번영을 누리기 위해서는 ‘천 리 길을 함께 가는 소중한 벗’ 같은 신뢰·협력 관계를 앞으로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 일본 부품·소재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래 기술에 생존 달려”
이 회장이 LJF 교류회를 주재한 것은 회장 취임 이후 1년간 이어온 기술 중시 경영과 네트워크 확장의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25일, 회장 취임 이틀 전 열린 사장단 오찬에서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며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이후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주요 사업장을 찾아 첨단 기술 전략을 직접 챙기며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3월과 지난 19일 경기 화성캠퍼스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주문한 게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경제계 관계자는 “지난 1년간 이 회장의 경영 행보에는 끊임없는 혁신과 선제 투자를 통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굵직한 수주 계약을 따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 4∼5월 미국 출장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글로벌 산업계 거물 20여 명을 만나 삼성과의 협력 방안을 구체화한 게 대표적이다.
‘뉴 삼성’ 비전 필요
이 회장의 과제로는 ‘초일류 기업’으로의 도약이 꼽힌다. 이 회장은 2014년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 5세대(5G) 통신 등을 집중 육성해 삼성의 글로벌 위상을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이 회장은 삼성의 재도약을 위해 인공지능(AI), 로봇, 차세대 통신 등 미래 먹거리 관련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는 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제2의 신경영’을 통해 삼성의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산업계에선 4년째 이어진 ‘사법 리스크’가 이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회장은 27일 회장 취임 1주년에도 재판정에 출석한다. 이 회장이 올해도 별도 메시지를 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