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코리아가 지난해 거둔 매출이 감사보고서에 공개된 수준의 최대 30배에 달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감사보고서에 빠진 매출을 고려하면 한국 정부가 구글코리아로부터 거둬야 하는 법인세도 최대 26배에 이른다는 지적이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지난 5일 서울대에서 '외국계 플랫폼 기업의 국내 매출 및 법인세 추정'을 주제로 열린 한국재무관리학회의 추계학술세미나에서 이런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강 교수는 "작년 구글코리아의 매출은 감사보고서에 나온 3449억원의 최대 30배인 10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한국 정부에 내야 할 법인세 역시 최대 4420억원으로 실제 납부액(169억원)의 26배에 이른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2021년 구글코리아의 매출과 법인세를 먼저 추정한 뒤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2022년 추정치를 구했다. 2021년 추정치에 △2022년 정보기술(IT) 산업 성장률(3.3%) △국내 경제 성장률(2.6%) △구글코리아의 영업수익 성장률(17.96%) 등을 각각 반영한 것이다.
2021년 추정치는 올해 초 강 교수가 공동 발표한 '글로벌 플랫폼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연구' 논문에서 인용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구글코리아의 2021년 매출은 4조~9조원, 법인세는 3906억~9131억원으로 추정됐다. 구글코리아가 실제로 신고한 매출(2900억원)과 법인세(130억원)는 이보다 훨씬 적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구글코리아의 매출이 서류상으로 나타나는 것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실제로 매출에 잡히지 않는 수익이 있어서다. 예컨대 구글은 아시아 지역에서 앱 사업으로 거둔 소득 신고와 세금 납부를 싱가포르에 하고 있다. 앱스토어인 구글플레이의 서버가 싱가포르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강 교수의 추정대로라면 구글코리아의 2022년 매출은 네이버(8조2201억원)를 웃돌고, 법인세는 카카오(2418억 원)를 뛰어넘는다. 강 교수는 "구글코리아의 매출과 법인세는 우리나라 최대 플랫폼 기업 이상이지만, 정작 감사보고서상 매출 및 법인세는 중소기업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외국계 공룡 플랫폼 기업에 대한 조세 정의 실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구글의 국내 영향력은 국내 어떤 IT 기업보다 크지만, 국내에서 얼마나 버는지조차 제대로 파악이 안 되고 있다"며 "규제를 논하기에 앞서 시장에 대한 파악은 기본인데, 이것이 안 되고 있다"고 했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유튜브?검색엔진 등 구글코리아의 주요 사업은 이미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국내 기업을 압도하고 있다"며 "조세 정의 실현을 통해 경제 질서를 제대로 수립해야 국내 플랫폼 기업과의 공정 경쟁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도 "정부가 국내 플랫폼 산업의 경제 질서를 조속하게 수립하지 않는다면 불공정한 경쟁에 놓일 국내 플랫폼 기업은 잠식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