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 13일 공개한 스마트폰 '아이폰15'와 관련한 '발열' 논란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15 시리즈 중에 고급 모델인 '아이폰15 프로', '아이폰15 프로맥스'가 게임을 하거나 특정 앱을 활용할 때 비정상적으로 뜨거워진다는 것이다. 최근엔 폰을 충전할 때나 통화를 10분 정도만 해도 뜨거워진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현재 아이폰15는 미국 등에선 출시됐고 한국엔 다음달 13일부터 판매된다.
원인은 밝혀진 게 없다. 애플도 묵묵부답이다. 발열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애플이 설계하고 TSMC가 3nm 공정에서 양산한 반도체의 성능 문제를 발열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 경우 애플과 TSMC를 경쟁사로 둔 삼성전자가 반사 이익을 얻을 '절호의 찬스'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이폰15 30분 만에 온도 45도까지 상승
아이폰15 발열 논란은 유튜브에서 시작됐다. '기커완'이란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가 아이폰15 프로와 프로맥스의 발열을 실험한 영상을 공개한 게 시작이다. 300니트 밝기와 25도 실온 조건에서 고사양 모바일 게임을 실행한 결과 아이폰15 프로 온도가 30분 만에 48.1도까지 올라갔다. 같은 조건에서 프로맥스도 45도를 기록했다.최근엔 통화를 할 때도 뜨거워진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애플 공식 홈페이지의 사용자 커뮤니티엔 '전화를 8~10분만 해도 폰이 뜨겁다', '충전하는 데도 발열이 심하다' 등의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발열은 기기의 성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하자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도 2022년 갤럭시S22의 발열 때문에 브랜드 신뢰도에 작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애플 개발, TSMC 3nm 공정에서 양산한 반도체 문제 가능성
발열의 원인은 뭘까. 현재 여러가지 가능성이 거론된다. 첫번째는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반도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성능 문제다. AP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인공지능처리장치(NPU) 등을 통합한 칩셋 형태의 반도체로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한다.애플은 아이폰15 시리즈를 발표하며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혁신 포인트'로 내세웠다. 아이폰15 프로, 프로맥스 등 고급 모델에는 A17 AP를 적용했고 일반과 플러스 모델엔 지난해 양산한 A16 바이오닉을 넣었다. 애플은 A17 프로 AP의 CPU 코어 성능은 전작인 'A16 바이오닉' 대비 약 10%, GPU 성능은 약 20%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A17 프로 AP는 애플이 직접 설계했고 대만 TSMC가 3나노미터(nm·1nm=10억분의 1m) 공정에서 생산했다. A16 바이오닉의 양산 공정은 한 단계 아래인 TSMC의 4nm다.
이런 상황에서 발열 이슈가 터지자 국내외 반도체업계에선 "TSMC의 3nm 공정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하고 있다. TSMC의 3nm 공정 기술이 '기대 이하'이기 때문에 A17 AP에 하자가 생겼고 발열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정보기술(IT) 소식을 다루는 WCCF테크는 '발열 문제가 아이폰15 일반·플러스 모델에는 나타나지 않은 점을 미뤄볼 때 A17 프로 AP의 하자 또는 냉각 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 한 것이 원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열 방출 설계 문제 가능성도..."어찌됐든 아이폰15 판매에 부정적 영향"
일부 전문가들은 TSMC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 애플 전문가로 꼽히는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아이폰15 발열이 애플이 경량화를 위해 '열 시스템 설계'를 변형한 것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애플이 방열 면적과 티타늄 프레임이 줄어들면서 열 효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일각에선 USB-C 포트 적용에 따른 소프트웨어(SW) 이슈를 제기한다.
발열 관련 논란이 커지면서 '아이폰15' 시리즈 판매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궈밍치는 "애플이 A17 AP 성능을 낮추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발열 문제가 적절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아이폰15 출하량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현재까지 발열과 관련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 기술팀은 소비자들의 불만 제기에 대해 '폰이 너무 뜨겁거나 차가울 때 다루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지사항을 통해 '앱을 집중적으로 사용하거나 처음 새 기기를 설정 및 충전할 때 과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기술력 강화하며 기회 찾을 것"
발열 논란을 겪고 있는 애플,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TSMC는 공교롭게도 삼성전자의 강력한 경쟁사들이다. 애플은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애플의 기술력에 대한 논란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발열의 근본적인 원인이 AP로 판가름날 경우 TSMC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스마트폰 출하량 기준 세계 1위는 삼성전자다. 올 2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5390만대로 점유율 19.8%를 기록했다. 애플은 4200만 대의 아이폰을 출하하면서 15.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의 갤럭시 Z 폴드·플립5, 애플의 아이폰15 흥행 정도에 따라 순위는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
TSMC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사업의 세계 1위 업체다. TSMC는 안정적인 수율과 기술 개발을 통해 애플, AMD 등의 고객사를 확보,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2019년부터 파운드리를 차세대 사업으로 삼고 육성 중이다. 지난해 15조원 넘는 자금을 파운드리에 투자할 정도다. 고객사를 늘려가고 있지만 TSMC를 따라잡는데는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 TSMC의 품질 이슈가 불거지면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국내외 소비자들은 "아이폰15 구매가 망설여진다" 등의 반응을 내놓고 있다. 반도체업계에서도 "발열 사태가 이어진다면 TSMC 3nm 공정의 신뢰도에 금이 갈 수 있다", "삼성전자의 3nm 공정으로 고객 물량이 옮겨갈 수 있다" 같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기술력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TSMC는 이른 시일 안에 따라 잡는게 쉽지 않은 실력 있고 강력한 경쟁자"라며 "파운드리 기술력을 높이고 생태계를 확장하는 등 사업의 내실을 다지면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역전의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