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첫 공식행사 연설의 후폭풍이 지속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경제와 안보 모두 지금보다 좋았다'는 문 전 대통령의 자평에 "낯 뜨겁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0일 논평을 통해 "통계 조작 사건으로 국민들께 충격을 준 지 얼마나 지났다고, 문 전 대통령이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며 낯 뜨거운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어제는 9·19 평양공동선언 기념식에 참석해 연단까지 서며, '안보와 경제는 보수 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는 그의 말에는 실소가 터질 지경"이라며 "정권 시작부터 끝까지 조작으로 국민을 속여왔으면서, '조작된 신화' 운운하다니 지금까지도 허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퇴임 후 잊혀지고 싶다'는 말은 공염불에 불과했고, 오히려 '잊혀질까 두려운' 모습"이라며 "국민께선 이제 문 전 대통령은 ‘잊고 싶은 대통령’이자, ‘지우고 싶은 대통령’이라 말씀하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차가 말을 끈다'는 황당한 소득주도성장, 세계적 흐름을 거스른 탈원전, 절망만 안겨 준 부동산값 폭등 등 총체적 정책 실패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겪는 국민은 한숨만 내쉬어야 했다"며 "며칠 전 감사원의 '통계 조작 감사발표'로 문재인 정권의 통계 조작 사실까지 드러나며, 그야말로 지난 5년은 대한민국의 '재앙'이었다"고 덧붙였다.
백경훈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도 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지적하며 "자화자찬이 좀스럽고 민망하다"고 비판했다.
백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문 정권이 확대한 '청년일자리 도약장려금' 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며 "지난해 부정수급만 5335명이 적발되었고, 올해 지급 목표 인원은 9만 명으로 줄었으며, 목표 인원 미달로 예산 또한 올해 8900억 원에서 내년 6500억 원으로 줄었다"고 했다.
이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던 문 정권 일자리 정책에 실패 사례가 하나 더 추가됐다"며 "일자리로 청년을 기만한 문 정권의 반성과 사과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백 상근부대변인은 "이런 가운데 문 전 대통령이 '文정부 고용률과 청년고용률 사상 최고' 내용이 담긴 자료를 공유하며 통계 조작 의혹에 반박했다. 해당 자료는 민노총 정책국장, 소득주도성장특별위 위원장까지 했던 인물의 보고서"라며 "대통령까지 하셨던 분이, 자신이 임명한 사람의 보고서를 들고 정신 승리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누구 말마따나 참 좀스럽고 민망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짓밟아놓고, '집값 11% 상승했다', '부동산 정책만큼은 자신 있다'고 이야기해 온 문 정권의 통계와 주장을 이제 청년들이 어떻게 믿겠나"라며 "자승자박"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은 전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화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에 1인당 국민소득은 3만5000불을 넘었는데, 지난해 3만2000불 대로 국민소득이 떨어졌다"며 "문재인 정부는 그 밖에도 수출 증가, 무역수지 흑자 규모, 외환보유고, 물가, 주가지수, 외국인 투자액 등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지금보다 좋았다"고 말했다.
또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을 비판하면서는 "남북관계가 다시 파탄을 맞고 있는 지금도 남북군사합의는 남북 간의 군사 충돌을 막는 최후의 안전핀 역할을 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 동안 남북 간에 단 한 건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희생된 사람도 없었다"고 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