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국내 처음으로 중입자 치료를 시작한 연세의료원이 치료 결과를 공개했다.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던 첫 환자는 12차례 치료를 마친 뒤 암세포가 사라져 정상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의료원 암병원은 전립선암 2기 진단 후 올해 4월 중입자 치료를 받은 최모씨(64)의 몸에서 암 조직이 사라졌다고 19일 밝혔다.
전립선암은 악성도에 따라 5등급으로 구분한다. 진단 당시 최씨는 고위험(4등급) 전 단계인 3등급이었다. 전립선암 확인 검사로도 알려진 전립선특이항원(PSA) 수치는 60대 정상(4ng/mL)보다 높은 7.9ng/mL였다.
올해 4월 28일 처음 중입자 치료를 받은 최씨는 5월 중순까지 주 3~4번씩 12차례 치료를 마쳤다. 이후 PSA 수치는 0.01ng/mL 미만으로 떨어졌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확인된 전립선암 조직이 올해 7월 검사에선 보이지 않았다. 주변 장기는 전혀 망가지지 않았다. 최씨와 함께 중입자 치료를 시작한 또 다른 전립선암 2기 환자 A씨(60대)도 암 조직이 사라졌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치료 후 두 환자 모두 암 진단 전과 같은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이 받은 중입자 치료는 탄소 입자를 빛 속도의 70%까지 가속해 생긴 에너지를 암 조직에 쏴 암세포를 없애는 치료법이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치료 비용은 5000만원 정도다.
국내에서 폭넓게 활용되는 양성자와 비슷한 원리지만 그동안 중입자는 입자가 무거워 세밀하게 조절하지 못하는 게 단점으로 꼽혔다. 미국 등에서 도입이 늦어졌던 이유다. 최근엔 암 병변 뒤쪽 장기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특수 물질을 넣어 보호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연세암병원도 이런 방식으로 전립선 뒤쪽 직장 등의 손상과 출혈을 예방했다.
중입자 치료가 많이 쓰이는 일본에선 중입자 치료 환자의 25~30%가 전립선암 환자다. 건강보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암 재발 위험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전립선암 재발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의 중입자 치료 5년 무재발률은 90%를 넘는다.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된 환자는 중입자 치료를 활용하기 힘들다.
이익재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장은 “국내 처음으로 중입자 치료를 받은 전립선암 환자들의 치료 경과가 매우 좋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환자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며 경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