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회사들이 지난 5년간 5500건이 넘는 불법 주류 광고를 집행하고 단 한차례의 벌금도 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SNS와 유튜브의 급성장으로 매년 광고 건수가 늘어나고, 임산부가 음주를 권유하는 등 자극적인 광고 경쟁이 이뤄지는 상황에서도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불법 광고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주류회사들이 국민건강증진법을 위반으로 적발된 불법 주류광고는 5575건에 달한다. 연도별로 적발사례는 2019년 576건, 2020년 495건, 2021년 1438건, 2022년 1734건, 2023년 상반기 1332건으로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을 제외하면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가장 많은 불법광고를 내보내 적발된 주류업체는 오비맥주로, 490건이 적발됐다. 대선주조(315건), 제주맥주(315), 비어벨트코리아(239), 하이트진로(224), 롯데칠성(189)이 뒤를 이었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은 주류 판매자가 △경품 제공 △임산부나 미성년자의 음주 묘사 △운전이나 작업 중 음주 묘사 △검증되지 않은 건강 관련 내용을 포함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SNS와 유튜브의 발달로 이 같은 조항을 위반한 광고 사례는 급증하고 있다. 롯데칠성은 2021년 임신 중인 인플루언서에게 의뢰해 자사 와인을 곁들인 ‘크리스마스 홈파티’를 묘사한 광고를 내보냈다. 하이트진로는 2월 8일 ‘오로지 소비자들의 건강을 생각해 만들었다’는 문구가 담긴 발포주 광고를 SNS에 내보냈다.
이처럼 불법광고가 범람하는 상황이지만, 과태료 등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전무하다. 현행법이 불법광고에 사실상의 ‘투 스트라이크 아웃’ 구조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집행된 모든 주류광고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1차 모니터링을 받는다.
여기서 불법광고가 식별되면 개발원은 광고 수정이나 삭제 등을 요구하는 시정요청을 내린다. 개발원의 1차 시정요청을 무시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복지부가 강제성을 지닌 시정명령을 내리고, 불이행 업체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 과정에 수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주류 업체 입장에선 광고 효과를 충분히 누린 후에 뒤늦게 광고를 수정하더라도 아무 불이익이 없는 구조다. 국민건강증진개발원 관계자는 “불법 주류광고 과태료 조항은 1997년에 생겼지만, 실제 처벌 사례가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는다”며 “개발원이 모니터링 및 시정요구 업무를 맡은 2017년 이후로는 확실하게 과태료 부과 등 처벌 사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모니터링 사업의 예산 삭감도 불법광고의 장기간 방치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에 따르면 주류광고 모니터링을 위한 ‘음주조장환경 모니터링 사업 예산’은 2020년 304억원에서 올해 218억원까지 매년 100%에 가까운 집행율에도 줄어들고 있다. 예산이 줄어들수록 모니터링 인력과 시간이 줄어들고, 불법 광고가 1차 시정요청을 받기 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길어지는 구조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광고를 매년 수백건씩 내보내는 업체들이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속적으로 불법광고를 송출하는 업체들을 가중처벌하는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