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언어, 제도, 문화 차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중요한 포인트를 잘 잡아서 키워나가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지난 3년 동안 미국 스타트업들의 경영관리를 자문해온 에이펙스어드바이저스의 최병욱 대표가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도우미'를 자처하고 나섰다.
최 대표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한국 스타트업을 그동안 일해왔던 미국 스타트업들과 비교하며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만나본 한국 스타트업들 가운데 미국보다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회사들이 많았다"며 "창업자의 열정과 역량도 미국 스타트업보다 훨씬 나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창업자가 꼼꼼하게 준비한 생각을 풀어낼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주면 확실하게 통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트만 등 투자한 회사서 CFO도
최 대표는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 10년, 미국 스타트업과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사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10년을 일한 경력의 소유자다. 리먼브러더스에서 일을 시작한 그는 바클레이스와 라자드 등을 거치면서 인수합병(M&A)와 주식자본시장(ECM) 분야 전문가로서 10년 동안 경험을 쌓았다.
IB 경력 이후 10년 동안 실리콘밸리 기업들에서 재무를 총괄한 재무 전문가다. 미국 스타트업 샵킥(시리즈 B)에서 CFO로서 3년을 일하다가 싱가포르의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인 트랙스리테일(시리즈 E)에 인수된 이후 트랙스리테일의 미국 재무 담당 책임자로서 활동했다.
미국 고성능컴퓨팅기업 리스케일(시리즈 C)로 자리를 옮겨 CFO로서 시리즈 C 투자금 1억500만달러(약 1400억원)를 유치했다. 자동차 충돌실험을 시뮬레이션 하는 사업모델로 오픈AI의 샘 올트만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 내노라하는 미국 기업인들을 비롯해 엔비디아와 삼성벤처스 등이 투자하며 유명해진 회사다. 이후 직원수 5000여명의 NYSE 상장사 퓨처스토리지에서는 연구개발(R&D) 부문 CFO로 일했다.
○원스톱 경영관리자문 서비스
이런 경험을 활용해서 기업의 성장을 도울 수 있겠다고 생각한 최 대표는 3년 전인 2020년 재무와 HR(인적자원관리) 전문가 2명과 함께 에이펙스어드바이저스를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다. 최 대표는 "회사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은 일반적으로 재무, 회계, 인사의 업무 경계가 흐릿할 수 밖에 없다"며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사업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통해서 성장을 하는 데 집중하다보니 이런 업무지원 분야에는 역량을 쏟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이에 착안해 에이펙스는 회계, 재무, 인사, 채용 등 4개 부문에서 전반적인 경영관리를 자문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외부에서 자문만 해주는 다른 경영관리자문 업체들과 달리 해당 기업에 직접 들어가서 원스톱 서비스를 하는 방식으로 차별화했다. 내부 이메일을 사용하는 등 실제 회사 구성원으로서 일하면서 회계 처리도 하고, 자본시장에서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해 자본을 조달하고, 필요한 인력을 채용해주는 것까지 스타트업의 성장에 필요한 다양한 업무를 직접 처리해준다. 초기 2년 동안 이런 4개 분야 원스톱 서비스를 해서 성장시킨 뒤 그 업무를 할 수 있는 내부 직원을 뽑고 나오는 방식이다.
최 대표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직접 일해주는 경영관리 자문 회사는 미국과 한국에서 유일하다"며 "고객사 CEO들이 제품을 개발하거나 마케팅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에이펙스는 현재 미국 스타트업 5곳을 이런 방식으로 자문하고 있으며 그동안 스타트업 10곳이 이 서비스를 졸업했다. 시리즈 A와 B의 초기 스타트업이 서비스 대상이다. 이렇게 자문을 했거나 받고 있는 15개 스타트업이 조달한 자금은 1000억원 이상이다.
○서울시와 손잡고 한국 스타트업 지원
이렇게 미국에서 검증된 원스톱 경영관리자문 서비스를 한국으로도 확장하기 위해 지난 4월 한국지점을 설립했다. 5월에는 서울투자청과 서울시가 육성하는 스타트업 100곳(사업명 코어 100)의 해외투자 유치 재무 자문사로서 단독 계약했다. 최 대표는 "우리 서비스 모델을 한국에 있는 스타트업들이 외국에 진출하거나, 외국에서 투자를 유치하려 할 때 받아야하는 실사에 대한 노하우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외국 투자자가 관심을 가질 인공지능(AI), 바이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배터리 분야 기업을 비롯해 지역이나 문화 산업, 핵심 기술을 가능하게 해주는 서비스 회사들을 자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해외로 진출하려는 한국 스타트업들을 지원할 방향은 이미 세웠다. HR 컨설팅을 통해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 필요한 부분을 수립해나는 데서 시작한다. 미국 진출을 하려면 미국 노동법 전문가를 고용하고, 미국 법인을 설립해야 한다면 법인 설립도 지원한다. 미국 법인 설립이 필요 없는 스타트업이라면 시장을 파악하고 판매를 확장할 수 있는 조직을 구축해준다. 임금체계 산정부터 시작해서 조직이 안정화될 때까지 지원해주는 시스템이다.
"해외시장서 투자를 유치하려면 기업의 성장 스토리를 글로벌 시장에 통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 내용이 자료, 비전, 재무모델, 인사시스템까지 하나로 연결돼 있도록 준비해야죠. 글로벌 시장을 잘 아는 에이펙스가 그렇게 돕겠습니다. 에이펙스가 경영관리를 챙기고, CEO는 회사를 키우면 됩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