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비판한 권리당원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면서 징계 이유조차 명확히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 '원팀체제'를 굳히기 위해 비명(비이재명)계 목소리를 차단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경기도당 윤리심판원은 28일 권리당원 백광현 씨에게 당내 청원에 의한 징계 조사를 실시한다고 통지했다. 청원인은 백 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 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를 모욕하고 당의 명예를 떨어뜨렸다며 징계를 청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백 씨는 이 과정에서 청원인이 당의 명예가 실추된 근거로 제시한 언론기사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윤리심판위 담당자는 "청원자가 특정될 우려가 있어 드릴 수 없다"며 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 씨는 “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기사가 무엇인지도 알려주지 않으면서 무슨 수로 소명을 하란 말인가”고 말했다. 그는 “기사는 온 국민이 볼 수 있는데 청원자가 드러난다는 말도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백 씨는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해당 담당자는 친명(친이재명)계 활동 전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백 씨에 따르면 해당 담당자는 과거 민주당 출신의 시의원이다. 그는 2018년 민주당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이 대표를 검찰로부터 지켜내자는 목적으로 연 집회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자의 계파적 성향이 권리당원으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데 영향을 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친명 앞세우기'로 당내 다양한 목소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상민 의원은 지난 3일 라디오에 나와 "유쾌한 결별도 각오하고 해야 하지 않겠냐"며 당 상황에 따라 20명 이상이 탈당할 수 있다는 '분당론'을 시사했다. 이에 이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는 12일 이 의원을 향해 엄중 경고를 내렸다.
백 씨는 유튜브 채널 '백브리핑'을 운영하며 이 대표와 개딸이 민주당의 본래 기치를 훼손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2021년엔 자신의 유튜브에 '이재명 형수 욕설' 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 3월엔 민주당 권리당원 324명과 함께 법원을 찾아 이 대표의 직무를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주도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