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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땐 도시를, 누워선 하늘을…보는 데도 다 순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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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한 날의 오전인데도 벌써 해가 뜨거웠다. 도쿄 시부야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미야시타파크 한복판에 서서 온통 뜨겁다는 생각뿐이었다. 동시에 건너편 높은 건물 꼭대기에 사람들이 가득 서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무얼 하는 곳이길래 저기까지 사람들이 올라가 있나 생각한 지 몇 분 후, 내가 그곳에 인솔돼 있었다.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 빌딩의 전망대 ‘시부야 스카이’였다.

시부야 스카이는 빌딩 최상층에 있는 야외전망대로, 2019년 문을 연 이후 시부야의 관광명소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도쿄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라는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를 새의 시선으로 내려다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도쿄에는 많은 전망대가 있지만 이곳 시부야 스카이는 야외전망대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천장의 역할을 하는 것은 찾아볼 수 없고, 네 면은 모두 유리로 설치돼 있어 하늘 아래 땅만이 있는 하나의 장소로 존재한다. 이런 시부야 스카이는 한없이 자유로워 보이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이곳은 방문객들을 자유롭게 두지 않고, 땅을 활용해 철저하게 계획된 경험을 유도한다.

땅의 중앙에는 단을 켜켜이 쌓아 만든 하나의 지형이 형성돼 있다. 이곳의 레벨에 따라 사람들은 다양한 행동을 한다. 계단을 계속 오르내리고, 계단에 앉아있고, 평지에 누워있고, 가장 높은 지점에서는 정상에 선 포즈를 취한다. 이렇게 땅에서 볼 수 있는 인간의 행위들이 약 230m 높이에 형성돼 있는 땅과 닮은 무대에 그대로 구현된다. 공간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 중 바닥은 인간의 몸과 가장 가깝게 닿아있는 요소로, 사람들의 행위와 깊은 연관을 가진다. 시부야 스카이는 이 바닥의 조성을 통해 단순한 조망을 넘어 전망대에서의 새로운 행위를 이끌어내고 있다.

하지만 바닥의 활용이 가장 극대화되는 곳은 땅의 중앙이 아니라 코너에서다. 전망대의 코너로 향할수록 바닥에 그려져 있는 패턴이 넓어지며 시선과 발길이 그곳으로 집중된다. 그리고 이곳은 47층 높이에서 시부야의 전경을 배경으로 갖는 포토 스폿이 된다. 전망대에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내려다보이는 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데, 시부야 스카이에서는 이런 장소의 위치를 규정해두고 ‘스카이 에지’라는 이름까지 붙여놓았다. 한 장소의 코너는 프레임 안에서 삼각형이 되고, 유리벽은 이 코너를 향해 수렴한다. 그래서 이 에지에 서 있는 사람을 세상의 주인공처럼 만들어준다.


경관을 보는 방식도 그냥 두지 않는다. 시부야 스카이의 유리벽을 따라 걷다가 햇볕에 익은 땅이 뜨겁게 느껴질 즈음에는 앉아서 편하게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소파가 늘어선 장소를 만날 수 있다. 조금 더 편하고 싶으면 누울 곳도 마련돼 있다. 해먹이 설치된 곳에 누우면 시선은 하늘로 향하고 복잡한 세상에서 조금 더 멀어질 수 있다. 전망대는 대개 보는 경험이 주가 되는데 시부야 스카이에서는 이처럼 보는 경험에 다양한 방식을 부여했다. 이로써 사람들은 가장 자유로워 보이는 장소에서 계획된 조망의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런 모든 경험도 47층 높이에서 도시의 경관을 내려다보는 그 단순한 경험을 압도하지는 못한다. 한눈에 펼쳐지는 도시의 경관에 까닭 모르게 내뱉은 탄성만큼 강렬한 기억은 없다.

전망대는 본래 ‘멀리 내다볼 수 있도록 높이 만든 대’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건너편 공원에서 높은 곳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시부야 스카이에 서서 도시를 내려다보면서, 그리고 이 글을 준비하면서도 필자는 사람들은 도대체 왜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어 하는지, 그런 장소를 왜 만들고 싶어 하는지 궁금했다. 책에서 설명하는 그런 학술적인 이유가 아닌, 보다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친구가 던진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멀리서 봐야 예쁘다.”

특히 도시에 있는 전망대는 몇 분 전까지 일상의 배경이었던 장소를 비일상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그 장소는 이내 하나의 패턴으로 인지된다. 이로써 복잡한 세상은 단순해지고 우리는 조금 더 편안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지도 모른다.

배세연 한양대 실내건축디자인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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