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 ‘뚝’
공사비 인상 여파로 분양가 6억원 이하인 민간분양 아파트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12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 11일까지 청약 접수가 끝난 민간분양 아파트 3만3925가구 중 분양가 6억원 이하 아파트는 72.0%인 2만4412가구로 집계됐다. 6억원 이하 아파트 가구 비중은 2년 전인 2021년 90.5%보다 18.5%포인트 줄었다.
고금리, 고물가, 공사비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분양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분양가 6억~9억원 아파트는 2년 전 7.1%에 불과했지만, 올해 들어 19.3%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9억~15억원 아파트는 2.3%에서 7.9%로, 15억원 초과 단지는 0.1%에서 0.8%로 늘었다.
민간분양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올해 1908만원으로, 2021년(1467만원)과 2022년(1729만원)에 이어 가파르게 상승했다. 월별 기준으로는 이달 2101만원을 기록해 3.3㎡당 2000만원을 돌파했다.
분양가 상승 폭이 큰 구간은 9억~15억원 아파트로, 3.3㎡당 평균 분양가가 277만원(작년 2651만원→올해 2928만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억원 초과는 165만원(2989만원→3154만원), 6억~9억원은 162만원(2159만원→2321만원), 6억원 이하는 53만원(1423만원→1476만원) 늘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분양가 상승 폭이 큰 9억~15억원 아파트는 주로 서울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며 “가격 부담을 상쇄할 만큼 규모가 크고 역세권 등 입지가 좋은 아파트에 청약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과 지방 ‘청약 흥행’
분양가 상승 추세 속에 최근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싸다’는 인식이 확산한 데다 추첨제 물량이 늘어나고 전매제한도 완화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1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는 88가구 모집에 2만1322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이 242.3 대 1로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가장 높았다. 분양가는 3.3㎡당 3300만원이다.
같은 날 1순위 청약을 받은 부산 남구 대연동 ‘대연 디아이엘’도 1206가구 모집에 1만8837명이 청약통장을 써 1순위 평균 경쟁률이 15.6 대 1을 기록했다. 분양가가 3.3㎡당 2300만원으로 인근 시세보다 높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청약에서 선전한 셈이다.
올 들어 분양 물량이 줄어든 것도 새 아파트 청약 경쟁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5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1~5월 주택 인허가와 착공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4.6%, 47.9% 줄었다. 3~4년 뒤 입주 아파트 부족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소득과 자산 수준이 낮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공공분양 사전청약에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수요자가 향후 분양가가 떨어지기 힘들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데다 수도권에서는 당분간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작지 않다”며 “대규모 재건축 단지와 공공분양 사전 청약 등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현/심은지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