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년 전 침몰한 여객선 타이태닉호의 잔해를 보려다 북대서양에서 실종된 잠수정 탑승자들은 끝내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미국 해안경비대는 22일(현지시간) 심해 잠수정 '타이탄'의 탑승자 5명이 전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오전 잠수 시작 1시간 45분 후 연락이 두절된 지 나흘 만이다.
해안경비대는 타이태닉호 뱃머리로부터 488m 떨어진 해저에서 발견된 테일콘(기체 꼬리 부분의 원뿔형 구조물) 등 잠수정 잔해물 5개를 근거로 이런 결론을 내렸다.
잠수정에서는 내부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존 모거 보스턴 해안경비대 소장은 브리핑에서 "잔해물은 이 잠수정에서 재앙적인 내부 폭발이 발생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타이탄이 실종 당일 바로 폭발한 것인지, 아니면 그 후 폭발한 것인지 구체적인 시점은 현재로서는 알기 어렵다고 모거 소장은 덧붙였다.
수색 과정에서 쿵쿵거리는 수중 소음이 탐지돼 실종자들이 아직 살아있는 게 아니냐는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탐지된 소음과 타이탄 사이에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안경비대는 탑승자와 잠수정을 회수하기 위해 수색 작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다만 시신 발견 가능성에 대해서 모거 소장은 "저 아래 해저는 엄청나게 힘든 환경"이라며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이 잠수정에는 운영회사인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스톡턴 러시 최고경영자(CEO)와 영국 국적의 억만장자 해미쉬 하딩, 파키스탄계 재벌 샤자다 다우드와 그의 아들 술레만, 프랑스의 해양 전문가 폴 앙리 나졸레가 타고 있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오션게이트가 충분한 안전 검증을 거치지 않고 이 잠수정을 개발해 운용했다는 회사 안팎의 문제 제기가 지난 2018년부터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나 논란을 빚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들은 오션게이트에 탑승자 보호를 위해 전문 기관의 감독하에 시제품을 테스트하라고 권고했지만, 오션게이트는 이를 무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잠수정 투어는 1인당 비용이 25만달러(약 3억250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관광 상품이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은 과거 탑승객들에게 사망할 경우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 서류에 서명하게 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해 7월 잠수정 '타이탄'을 타고 타이태닉호를 관광한 '심슨가족'의 작가·제작자인 마이크 리스(63)는 "서명한 면책서류의 첫 장에만 '사망'이라는 단어가 세 번이나 들어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숨진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 CEO의 부인이 타이태닉호 침몰 사망자의 후손인 것으로도 알려져 대를 이은 비극에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