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만취한 20대 해군 부사관이 60대 택시 기사를 무차별 폭행해 경찰에 붙잡혔다. 이후 이 부사관의 폭행 장면이 담긴 택시 내부 블랙박스와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사고 있다.
22일 부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20대 해군 부사관 A 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폭행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A 씨는 지난 19일 오후 11시 30분께 부산 남구에서 택시를 타고 가던 중 택시 기사 B 씨에게 욕을 하고 관사 주차장에서 여러 차례 무차별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상황이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에는 택시 뒷좌석에 탄 A 씨가 창밖에 침을 뱉으며 혼자 욕설하기 시작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다 A 씨는 B 씨에게 "야! 박아! 그냥 박으라고 XXX아!"라며 무언가를 들이받으라고 요구했다.
B 씨가 A 씨를 진정시키려 하자, A 씨는 더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손을 들고 B 씨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는 주먹 쥔 팔목을 돌리며 "내가 팔목이 진짜 아픈데 너 죽일 힘은 남아있다"며 운전석으로 다가가 기사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어 "뺨 XX 때리고 싶네"라며 고성을 지르거나, 몸과 얼굴로 운전 중인 B 씨의 시야를 방해했다.
결국 B 씨가 목적지인 해군 관사에 도착하기 전 경찰에 신고하자, A 씨는 "XXX아! 나 해군 아니면 어떡할래? X 맞을래?"라며 "(경찰서) 가! 네가 어떻게 될지 한번 보자. 난 아무 죄질이 없어 XX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A 씨는 차량 밖에서 라이터에 불을 붙여 B 씨를 위협하더니 윗옷을 벗었다. 이때 A 씨 팔 윗부분부터 어깨 부위까지 새겨진 문신이 노출되기도 했다. A 씨는 뒤돌아선 B 씨를 걷어차며 폭행했고, 자신을 붙잡으며 쓰러진 B 씨 위에 올라타 무릎으로 목과 가슴 등을 짓누르고 손으로 머리를 때리는 등 행위를 이어갔다.
B 씨가 울부짖는 소리에 경비원이 달려와 만류했으나 소용이 없었고, 경찰이 도착한 뒤에도 A 씨의 욕설과 난동은 계속됐다. 출동한 경찰에게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현재 B 씨는 허리와 갈비뼈 등에 통증을 호소하다 병원에 입원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 씨의 가족은 몇몇 매체와 인터뷰에서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는 내내 아빠가 너무 불쌍해서 눈물 났다"며 "국민을 보호해야 할 현직 군인이 민간인을 폭행하다니. 절대 합의해주지 않겠다"고 엄벌을 호소했다.
경찰은 A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후 해군작전사령부 소속 군사경찰로 인계한 상태다. 군 관계자는 "A 씨가 군사경찰로 인계되면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A 씨의 폭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신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해군 부사관은 입대할 때 일정 크기 이상의 문신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해군 복무규정에도 혐오감 또는 위화감을 조성하는 문신을 금지하고 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