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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워오면 돈도 주는데"…청소해도 끊임없이 생기는 담배꽁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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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새벽, 서울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 8번과 9번 출구 사이 150m 길이 골목에는 수백 개는 족히 넘을 꽁초와 담뱃갑이 나뒹굴고 있었다. 굴다리 터널 안 빗물받이 여섯 개도 담배꽁초, 종이컵, 씹다 버린 껌 등이 가득했다. 밤새 술집 등에서 시간을 보낸 이들이 남기고 간 흔적이다.

전국 각지의 지방자치단체가 담배꽁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요 지자체는 지난 수년 동안 꽁초 배출량을 줄이고 재활용 방도를 찾아보려고 꽁초를 주워 오면 현금이나 종량제 봉투로 보상하는 정책을 썼지만 별 효과를 못 보고 잇달아 정책을 폐기하고 있다.

길거리에 버려지는 꽁초는 하루평균 1200만 개비가량(환경부 2020년 통계)이다. 꽁초 수거를 현금으로 보상하는 정책은 2016년 경기 구리시를 시작으로 광주 광산구, 서울 도봉·용산·강북·성동구 등에서 잇달아 도입했다.


이 가운데 용산구와 성동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는 모두 사업을 중단했다. 예산이 많이 들고 가져온 꽁초에 발암물질(타르 등)이 있어 재활용할 곳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용산구와 성동구는 200g 이상 꽁초를 모아 오면 1g당 20~30원씩 지급한다. 총 3만원을 벌려면 용산구에선 꽁초를 1.5㎏, 성동구에선 1㎏ 모아야 한다. 두 자치구는 올해 이 사업에 각각 2600만원과 4400만원을 편성했는데 상반기가 끝나지 않은 현재(6월 15일 기준) 벌써 절반이 넘는 1700만원(용산구)과 2480만원(성동구)을 소진했다.


길에서 수거해 온 것보다는 아파트 등에 설치된 재떨이에서 대량으로 가져오는 사례가 흔하다. 정작 하수구를 막아 장마 피해를 늘리는 길거리 꽁초를 줄이는 데는 큰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길거리 투기량에 비해 수거량이 미미한 것도 대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 숙대입구역 일대를 청소하는 환경공무관 A씨는 “오전 6시께 거리에 나와 열심히 쓰레기를 치워도 오후부터 거리가 다시 원상 복구돼 허탈하다”고 했다.

흡연자들은 꽁초 버릴 쓰레기통이 너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학생 때부터 담배를 피웠다는 직장인 진모씨(37)는 “재떨이나 쓰레기통을 만나기가 어렵다 보니 손쉽게 무단 투기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버릴 곳이 근처에 있다면 굳이 바닥에 버리고 가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시내에 있는 꽁초 수거함 수는 작년 말 기준 500개가량이고, 시는 올해 360개가량을 추가할 방침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흡연자가 꽁초를 아무 데나 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의식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며 “담뱃갑에 꽁초 투기 금지 문구를 의무화하는 등 담배회사의 책임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에선 2019년 6월 꽁초 수거와 청소에 드는 비용을 담배 생산자가 부담하는 내용을 담은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조치 계획을 제정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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