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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베트남인 두 얼굴로…평생 스파이처럼 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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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려서 스파이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집에선 미국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집 밖에 나가면 여전히 베트남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거든요.”

소설가 비엣 타인 응우옌(52·사진)은 15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살아온 경험은 그 당시 미국에 정착한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공통으로 경험한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베트남계 미국인인 그는 다민족·다문화 작가들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미국 문학계에서 요즘 가장 주목받는 작가다. 데뷔작 <동조자>로 2016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응우옌은 베트남전쟁 난민 출신이다. 전쟁이 한창이던 1971년 남베트남에서 자랐다. 1975년 사이공(현 호찌민)이 함락되자 난민이 돼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사회에 섞이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부모가 운영하던 가게 건너편에 붙은 ‘또 다른 아시아인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팻말을 보고 충격받은 경험이 있다. 현재는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영문학과 소수 민족학을 강의하고 있다.

‘이중적 정체성’은 응우옌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다. 베트남전 직후를 배경으로 한 <동조자>의 주인공은 프랑스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북베트남, 남베트남,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이중간첩’이다.

책은 냉전 시기 사회주의 베트남과 자유주의 미국 양쪽의 잘못을 골고루 풍자한다. 전쟁의 책임은 진영을 불문하고 양쪽에 있다는 메시지다. 그는 “모든 국가나 민족은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덮으려는 본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쪽 편을 들기보다 사람들이 지난 과오를 어떻게든 정당화하려는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비판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베트남전쟁 참전국인 한국도 응우옌의 주요 관심사였다. 2008년과 2010년 두 차례 서울 전쟁기념관을 찾기도 했다.

“한국과 베트남은 식민 지배와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다는 점이 닮았죠. 지금은 양국이 베트남전쟁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기보단 과거를 덮어두고 경제와 외교 관계 발전에 집중하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동조자>의 후속작인 <헌신자>에선 전편의 주인공이 베트남을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로 넘어가 무엇을 위해 ‘헌신’할지 고민하는 과정을 담았다. 과거 서구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주의 만행을 폭로한다.

<동조자>는 이르면 내년 드라마로 나온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하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이 출연하는 첩보 스릴러 장르물로 재탄생한다. 응우옌은 오는 18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국 독자들과 만난다. 주제는 ‘아시안 디아스포라와 미국 문학’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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