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과 막말이 난무하는 국회에서 모처럼 기립박수가 나왔다.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인 그제 안내견과 함께 단상에 오른 시각장애 의원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의 연설은 여야를 막론하고 큰 박수를 받았다. 품격이 높았고 울림도 컸다. 그는 “환경에 따라 성장의 크기가 달라지는 코이라는 물고기는 작은 어항에서는 10㎝를 넘지 못하지만, 수족관에서는 30㎝, 강물에서는 1m 넘게 자란다”며 “약자와 소수자들의 성장 기회를 가로막는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그들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강물이 돼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간 질의응답도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우선 김 의원이 한 장관에게 발언대로 나와달라고 하자 한 장관은 발언대에 올라 김 의원이 알 수 있도록 “김 의원님, 한동훈 법무부 장관 나와 있습니다”고 질의를 안내했다. 또 장애인 정책에 대한 김 의원의 문제점 지적에 한 장관은 “장애인분들의 입장을 100% 공감하고 이해한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많이 가르쳐줬으면 한다”고 몸을 낮췄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는 무척 대조적이었다. 고 의원은 같은 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설이 돌고 있는 이동관 대통령실 특보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인 2010년 1월 국정원에서 작성했다는 ‘6·2 지방선거 방송 보도’ 관련 문건을 꺼내 들며 질문했다. 한 총리는 제시된 문건의 진위를 알 수 없고, 대정부질문 요지가 48시간 전에 통지돼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돌아가서 검토 뒤 1~2주일 뒤에 답변하겠다”고 했다. 이에 고 의원은 “총리의 답변 태도에 굉장히 유감을 표한다”며 또다시 날을 세웠다. 고 의원의 막무가내식 대정부질문은 한두 번이 아니다. 과거에도 “대법원 판결이란 게 그렇게 중요하냐” “무시하는 거냐”는 식의 억지성 화법으로 빈축을 샀다. 국민 보기에 어떤 의원이 제 역할을 하는지 자명하게 드러난 장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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