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갈 길 먼 세포치료제
세포치료제는 첨단바이오의약품 중에서도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세포치료제의 목적은 저분자화합물이 아닌 살아있는 세포를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에 이식해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고자 하는 것이다. 화학적으로 합성해 만드는 기존 저분자화합물 의약품과 달리 세포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선 원하는 세포로 분화시키는 기술과 함께 세포 숫자를 불리기 위한 증식 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증식능력과 분화능력을 모두 가진 ‘줄기세포’가 세포치료제의 핵심이 된다.조직이나 장기에서 손상된 세포를 되살리는 것을 우리는 ‘재생’이라고 부른다. 줄기세포는 건강한 우리 몸 안에서 정상적으로 존재하며, 이 줄기세포가 재생을 통해 세포를 공급해줌으로써 우리는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의 재생능력은 파충류나 어류에 비해 매우 제한적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류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필요한 세포를 공급하는 ‘재생의학’과 ‘재생의학적 치료제’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하지만 저분자화합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다란 세포를 의약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고, 비용 부담도 크다.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환자 맞춤형의 줄기세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행히 핵치환 배아줄기세포 기술이나, 노벨상을 수상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기술, 직접교차분화기술 같은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통해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높은 순도로 치료세포를 만드는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파킨슨병의 세포치료제를 만드는 데는 약 10억원 정도가 드는 수준이어서 재생의학적 치료제가 대중에게 널리 쓰이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도마뱀 꼬리처럼 재생할 수 있을까
이렇게 재생의학적 기술을 연구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의 재생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포유류 이하 동물의 재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아체 세포(blastema cell)’가 포유류에도 존재한다면 손상된 조직을 재생시키는 과정은 지금보다는 매우 쉬워질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수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포유류에서는 아체 세포를 확인할 수 없었고 진화적으로 고등동물인 포유류에서 재생능력이 감퇴한 이유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본 연구팀은 직접교차분화기술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 도중 생쥐 세포의 리프로그래밍 과정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세포를 발견했다. 이어 이 세포에서 발견된 ‘데스모플라킨’이라는 유전자가 이 세포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흥미롭게도 제브라피시라는 모델 물고기에서 이 유전자를 억제시켰더니, 지느러미의 재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조직재생을 담당하는 아체세포의 형성도 저해됐다. 연구팀이 찾은 이 유전자의 발현 패턴을 분석해 보니, 파충류, 어류의 아체세포와 매우 유사함을 알 수 있었다. 즉, 포유류에서 최초로 아체 유사세포를 유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 아체 유사세포가 도마뱀의 아체세포처럼 잘린 팔을 재생시킬 수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특정한 조직 및 장기의 치료를 위해 각각의 세포를 제작하지 않고 아체세포를 이식하거나 유도함으로써 다양한 질병에 적용 가능한 경제적인 치료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본 연구팀은 인공적으로 유도된 아체세포를 활용해 혁신적 치료제를 개발해 보다 많은 사람이 재생의학의 혜택을 누리는 세상을 꿈꾸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