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는 미국 마틴루서킹재단이 수여하는 국제평화상을 받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를 찾았다. 시상식 전야제에서 흑인 노병 리딕 너새니얼 제임스가 소 목사에게 다가왔다. “한국에서 왔나요. 저는 6·25 때 의정부에서 싸웠어요.” 그는 왼쪽 허리춤의 총상 흉터를 보여줬다. “전쟁터이던 한국이 엄청나게 발전했다는데 아직 가보질 못했네요….” 소 목사는 곧장 카펫 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했다. 그는 “제가 한국으로 모시겠다”며 “혼자 오면 외로우니 친구분들과 오시라”고 약속했다. 그해부터 시작한 참전용사 초청행사는 17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 행사에 참석한 국내외 참전용사와 그들의 가족은 6000여 명에 달한다.
소 목사는 5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미 참전용사 초청 보은행사’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어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평화와 자유, 신앙생활을 누릴 수 없을 것”이라며 “참전용사들이 오셔서 눈물을 흘리며 ‘우리를 기억해주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할 때, 그런 한 마디가 행사를 지속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새에덴교회와 한민족평화나눔재단이 주최하고, 국가보훈부와 대한민국 재향군인회(KVA)가 후원한다.
새에덴교회는 2007년부터 국내외 참전용사 초청행사를 매년 열고 있다. 정부 주관 6·25 기념행사와 별도로 열리는 순수 민간 차원의 호국보훈 행사다. 회당 10억원에 달하는 행사 비용은 교회 신도들의 헌금으로 마련한다.
올해도 오는 17일부터 22일까지 미국 참전용사 6명과 그 가족 등 47명, 한국 참전용사 150명 등 200명을 초청해 기념행사를 연다.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한·미 참전용사가 함께 모이는 대면 행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020~2021년에는 비대면 행사를 이어갔고, 지난해에는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행사를 열었다. 참전용사들이 90대 초고령인 걸 감안해 내년부터는 미국 등 참전국을 찾아가는 현지 행사로 이어갈 계획이다.
소 목사는 “보훈의 가치를 존중하는 나라일수록 국격이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참전용사들을 모실 때 금일봉을 드리면 봉투를 쥐고 울거나 젊은 목사에게 큰절을 하는 분도 있다”며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을 위한 지원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번에 한국을 찾는 미국 참전용사 중에는 21세에 6·25에 참전한 폴 헨리 커닝햄 전 한국전참전용사회장(93)도 있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방문했을 때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 오찬행사에서 태극무공훈장을 수훈한 발도메로 로페스 미 해군 중위의 유가족도 방한한다. 로페스 중위는 인천상륙작전 중 기관총에 맞아 부상한 채 끝까지 대항하다 수류탄을 자신의 몸으로 덮쳐 전우들의 목숨을 지켰다.
참석자들은 5박6일간 현충원, 군부대를 방문하고 롯데월드타워 등을 찾아 한국의 변화상을 살펴본다. 새에덴교회는 70주년을 맞은 한·미 동맹 강화와 우호 증진을 응원하기 위해 올해 한·미 참전용사 초청 보은행사에 참여한 양국 참전용사들의 서명록을 동판으로 제작해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