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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국내 자기주식 제도가 대주주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고,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연의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5일 서울 여의도 거래소 사옥에서 열린 '상장법인의 자기주식 제도 개선'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앞으로 '주주보호'와 '기업의 실질적 수요'를 균형 있게 고려해 정책을 마련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세미나는 한국거래소와 금융연구원 공동 주최,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후원으로 개최됐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세미나 축사에서 "자사주에 대해 시장에서는 효과적인 주주가치 제고 수단이라는 시각과 대주주 지배력 확대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두 가지 엇갈린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면서도 현행 자사주 제도를 둘러싼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해 언급했다.
김 부위원장은 인적분할 과정에서 소위 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자사주 마법'을 문제점으로 거론했다. 또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기업들의 '자사주 맞교환' 과정에서 의결권이 부활하면서 일반주주의 지분이 희석되는 점도 문제라고 봤다. 주주환원을 위한 자사주 소각에 소극적인 국내 기업의 자세도 꼬집었다.
김 부위원장은 "이는 일정 규모 이상 자사주 취득을 금지하고 이를 초과하면 소각 또는 매각하도록 정하고 있는 독일의 사례나, 자사주를 자유롭게 취득하더라도 인적 분할 시에는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영국·일본·미국의 사례 등과 비교할 때 크게 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감안해 상장법인의 자사주 제도가 대주주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고,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연의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란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김 부위원장은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자사주가 사실상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활용돼 온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며 "앞으로 '주주 보호'와 '기업의 실질적 수요'를 균형 있게 고려해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세미나 주제 발표자로 나선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합병·분할 시 자사주에 신주 배정 권리를 인정하는 점, 판례 등에서 자사주 처분과 신주 발행을 다르게 취급하는 점 등을 국내 자사주 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사주의 보유 한도를 설정하거나 강제 소각하록 하는 방안 △자기주식을 처분할 때 신주 발행과 동일한 절차를 적용토록 하는 방안 △자사주 맞교환을 금지하는 방안 △합병·분할 시 자사주에는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등 주주 권리를 정지하는 방안 등을 언급했다. 시가총액 계산에서 자사주를 제외하거나, 관련 공시를 강화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금융위는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앞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상장법인의 자기주식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열린 자세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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