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찾은 충남 천안의 충남테크노파크 유휴부지의 신축 공사 현장에선 건물 기초를 세우는 골조 작업이 한창이었다. 충청남도가 내년 4월 완공을 목표로 1598억원을 들여 조성 중인 디스플레이 혁신공정센터다. 현재 공정률은 15%다.
충청남도는 국비와 민자를 포함해 5281억원을 투입, 내년 8월부터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고 29일 밝혔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을 추격하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해서다. 충남 아산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삼성디스플레이 생산시설이 있다. 2020년 기준 국내 디스플레이산업의 생산액은 455억달러(약 60조원)로 이 중 충남(245억달러·약 32조원)이 53.8%를 차지한다.
도는 포토트랙(액체 감광액을 웨이퍼에 도포하고 현상) 시스템과 OLED 증착기(유리판에 유기물을 입히는 기기), RGB 잉크젯 프린터 등 디스플레이 핵심 장비 63종(65대)을 선정하고 최근 장비 구입 계약을 마쳤다.
충남테크노파크가 주관하는 이 사업에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연구소, 대학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다. 각 연구개발(R&D) 컨소시엄은 OLED 소재·부품·장비와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 스트레처블 및 롤러블 디스플레이(늘이고 돌돌 말 수 있는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R&D 과제를 수행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도는 설명했다. 고가의 연구장비를 구입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은 혁신공정센터 장비를 활용해 연구와 기술 검증을 할 수 있고,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협력해 R&D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일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사전 평가해 신제품 개발에 따른 수익을 창출하는 등 대·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충남테크노파크는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대기업에서 퇴직한 고급 인력을 기술교육 전문가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도의 R&D 투자에 맞춰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에 나선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8.6세대 인터넷용 OLED 생산시설에 2026년까지 4조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에 추월당한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1위를 탈환하고, 인터넷용 OLED 사업화로 프리미엄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도는 대기업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디스플레이 분야 첨단산업 특화단지 공모사업에 도전한다. 충남에는 천안 제3 산업단지, 아산 탕정 디스플레이시티2 등을 중심으로 OLED, 퀀텀닷(QD) OLED 디스플레이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 도는 2021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 조례를 제정하는 등 디스플레이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선정을 위해 노력해왔다.
김태흠 지사는 “충남은 국내 디스플레이산업 중심지로 정부의 디스플레이 특화단지 지정 요건을 갖춘 최적지”라며 “디스플레이 혁신공정센터 건립과 대기업 시설투자, 특화단지 지정을 통해 국가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천안=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