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문화재 인근이라도 필요에 따라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높이 규제가 문화재 주변 개발과 도시 발전을 저해한다는 판단에서다. 세운지구 등 도심에서 다채로운 건축물과 스카이라인 조성이 가능해지고 녹지공간도 확충될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서울시 문화재보호조례’에 규정된 높이 기준을 완화하기로 하고 문화재청에 협의를 요청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 영향을 주는 조례를 개정할 때 문화재청장과 협의해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2일 최응천 문화재청장을 만나 협조를 요청하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조례는 국가지정문화재 주변 100m 이내에서 개발할 때 문화재 자체 높이와 앙각(仰角: 올려본 각도) 규정을 적용해 건물 높이를 일률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통해 타당성이 인정될 경우 완화한 높이로 건축물을 지을 수 있도록 조례에 예외 조항을 신설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문화재 관련 규제를 도심 경쟁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보고 있다. 서울 도심 최대 개발지역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가 대표적이다. 종로구 종묘에서 퇴계로를 아우르는 이 지역은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와 인접해 있다. 이에 따라 세운2구역은 건물 높이가 55m, 세운4구역은 71.9m를 넘을 수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왕궁 앞에도 높이 200m의 건물이 들어서는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탄력적인 개발을 허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