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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 빅5' 작년 순이익 절반을 석달 만에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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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 이후 주요 손해보험사의 1분기 순이익이 제도 변경 효과만으로 곱절가량 늘어나는 등 회계 신뢰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손보업계 ‘빅5’의 1분기 순이익(IFRS17 적용)은 총 2조114억원으로 집계됐다. 옛 회계기준으로 산출된 작년 1분기 순이익 합계(1조2456억원)보다 60% 이상 늘었다. 지난해 전체 순이익 합계(약 4조3000억원)와 비교해도 절반가량을 단 석 달 만에 벌어들인 셈이다.

IFRS17은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니라 시가 기준으로 평가하고, 손익 역시 계약 전 기간에 나눠 인식한다. 그동안 보험사는 자산은 시가로, 부채는 원가로 평가해 왔다. 보유 중인 보험 계약의 미실현이익을 현재 가치로 나타낸 보험계약마진(CSM)은 IFRS17의 미래 수익 지표로 손꼽힌다. 보험사는 CSM을 계약 시점에 부채로 인식하고 계약 기간 상각해 이익으로 인식한다. 주요 보험사가 CSM을 늘리기 위해 강도 높은 영업 경쟁에 나선 이유다.

주요 손보사의 1분기 현재 CSM 역시 작년 말보다 크게 확대됐다. 삼성화재는 1.2% 늘어난 12조3501억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으며, 이어 DB손보(12조1000억원·1.6%↑), 현대해상(8조8718억원·0.9%↑), KB손보(8조1900억원·3.0%↑) 등 순으로 나타났다. 메리츠화재는 15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공개할 방침이다.

이처럼 IFRS17의 파급력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보험사 실적 부풀리기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행법상 CSM을 산출하는 데 필수인 손해율, 해약률 등 계리적 가정이 각 보험사 자율에 맡겨져 있다 보니 CSM을 자의적으로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어서다. 이렇게 부풀려진 이익은 향후 배당 등으로 유출돼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실손보험 손해율, 무·저해지 보험 해약률 등 주요 계리적 가정에 대한 세부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원칙 중심의 IFRS17 취지에 따라 CSM 산출에 대한 보험사의 자율성을 존중해왔는데 감독 및 규제에 허점이 생긴 셈”이라며 “일부 보험사가 이 틈새를 활용해 분식 회계 수준의 이익 부풀리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보험사의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놓고 IFRS17이 마법을 부린 건지 아니면 분식인지를 놓고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고 전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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