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을 만들어야 승산이 있습니다.”
오혜연 KAIST 인공지능연구원장은 4일 AI미래포럼과 공학한림원이 공동 주관한 ‘초거대AI 웨비나’에서 “챗GPT는 한국과 아시아의 문화에 취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챗GPT가 한국말은 배우더라도 우리의 문화나 한국 특유의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긴 힘들 것이란 의미다. 그는 “해외 AI 모델의 근간 데이터 이미지를 보면 미국과 서유럽 등의 자료가 반 이상”이라며 “다른 지역에서 나오는 데이터, 특히 이미지는 축적이 잘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도 비영어권 시장 개척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센터장은 “한국어 중심 플랫폼으로 AI 서비스를 시작한 뒤 비영어권 국가로 시장을 넓혀가야 한다”며 “특정 전문 분야에서만큼은 한국의 초거대 AI가 세계 1위가 될 수 있도록 잘 선별된 AI 학습용 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챗GPT에 대항마가 필요하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그는 “해외 기업의 초거대 AI에 의존하면 국내 데이터가 고스란히 해외로 빠져나가게 될 것이고 이는 해외 기업의 AI 기술만 강해지게 하는 결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초거대 AI 연구 역량이 로봇 분야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유영재 연세대 인공지능학과 교수는 “로봇이 대대적으로 도입되기에 앞서 초거대 AI가 영상을 통해 세상을 학습하는 단계가 선행될 것”이라며 “AI가 다양한 수용 방식으로 글, 음성, 이미지 등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가 이뤄져야 한국도 로봇 시대 기반을 닦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초거대 AI와 관련한 국책 프로젝트를 늘릴 계획이다. AI가 야기하는 윤리 문제 해결과 AI 문해력 제고가 목표다. 최동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과 과장은 “거짓 답변, 최신 정보 미반영과 같은 초거대 AI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내년 차세대 기술 개발 신규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향후 5년간 AI 활용법을 100만 명에게 안내하는 등 ‘AI 문해력(리터러시)’ 교육을 확장해 우리 사회의 AI 수용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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