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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vs 루이비통, 韓시장 '자존심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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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품업계 1·2위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와 케링그룹이 간판 브랜드 루이비통과 구찌를 내세워 한국에서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루이비통이 29일 서울 한강 세빛섬을 통째로 빌려 사상 첫 프리폴(Pre-fall) 패션쇼를 펼치는 가운데 구찌는 경복궁 근정전에서의 단독 패션쇼 일정을 공개했다.

구찌는 5월 16일 경복궁에서 ‘구찌 2024 크루즈 패션쇼’를 개최한다고 28일 발표했다. 명품 브랜드가 경복궁 근정전 일대에서 단독 패션쇼를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구찌의 이번 패션쇼는 우여곡절 끝에 열리는 것이다. 지난해 한 패션잡지가 야기한 청와대 한복 화보 촬영 논란 때문에 무산될 뻔했다가 가까스로 11월 개최가 확정됐다.

그런데 행사 직전 이태원 참사가 터지면서 또 미뤄졌다. 고궁에서 열리는 만큼 1600명을 초대한 루이비통 패션쇼에 비해선 소박하게 열릴 전망이다.

구찌가 난항을 겪으면서도 ‘경복궁 패션쇼’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건 케링그룹이 한국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잘 보여준다는 게 명품업계의 시각이다. 한국은 세계 7위(약 16조7000억원·유로모니터)란 시장 규모와 더불어 K콘텐츠가 중국 등 아시아 전역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으로 인해 세계 럭셔리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로 부상했다.

루이비통, 디올, 펜디 등을 보유한 LVMH와 구찌, 생로랑, 보테가베네타 등의 진용을 갖춘 케링은 럭셔리 시장에서 매출 1·2위를 차지하는 전통의 라이벌이다. 다만 최근 실적은 LVMH가 압도한다. 올해 1분기 LVMH가 210억3500만유로(약 30조9923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동안 케링의 매출은 50억7700만유로(약 7조4802억원)에 머물렀다.

이런 결과는 두 그룹의 전략 차이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LVMH는 패션뿐 아니라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 등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를 공격적으로 인수하며 사업을 광폭 확장했다. 반면 케링은 그룹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패션에 집중하고 있다.

케링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구찌의 실적이 최근 부진한 게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구찌는 간판 디자이너였던 알렉산드로 미켈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가 사임한 이후 전환기를 겪고 있다.

올해 1분기 구찌 매출은 26억1600만유로(약 3조8576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 결과 케링의 매출 증가율도 2.4%에 머물렀다. 반면 LVMH는 1분기에 매출이 16.8% 불어났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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