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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도 투자했는데…美 상가 부동산, 말 그대로 '대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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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오피스 빌딩 공실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공실률을 넘어섰다. 담보대출 이자율이 크게 상승한 가운데 건물 임차 수요마저 줄어들자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출을 해준 은행을 비롯해 저금리 시절 앞다퉈 빌딩을 사들인 전 세계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이 잇따라 투자손실을 입고 있다.
美 상가 부동산 가격 44% 폭락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동산 정보업체 코스타 그룹의 조사를 인용해 올해 1분기 미국 오피스빌딩 공실률이 12.9%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을 넘어섰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스타 그룹이 2000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로 최고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전자상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사무실과 상가에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직장인 1인 당 사무실 면적은 2015년 대비 12% 줄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강도 긴축 기조가 겹치면서 미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부동산 조사업체인 그린 스트리트에 따르면 지난해 초 이후 사무실 빌딩 가격은 25% 하락했고, 쇼핑몰 가격은 19% 내렸다. 쇼핑몰 가격의 경우 2016년과 비교하면 44% 급락해 사실상 반토막난 것으로 추산된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임대 기간이 끝나면 기업들은 사무실 공간을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생활용품 판매 업체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 지난 23일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파산하면서 미국 내 480개 소매 매장을 닫기로 했다. 투자은행 UBS는 향후 5년 간 미국 소매점 5만개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은행·연기금 자산 부실화 우려
부동산 침체의 여파로 은행 등 금융권이 손실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위기에 몰린 중소형 은행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KBW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은행의 대출채권 가운데 상업용 모기지의 비중이 약 38%에 달한다.

사무실, 소매점 등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의 부실화 조짐은 최근 본격화하고 있다. 공실이 늘어나고 건물 가격이 하락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소유주들이 대출 연장에 실패하거나 높은 이자율을 견디지 못한 탓이다. 대형은행 웰스파고의 올 1분기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은 1년 전보다 50% 가까이 늘어났다. 미국에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는 총 4500억 달러다.

지난달 실리콘벨리은행(SBV)사태 이후 예금 이탈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형 은행 가운데 일부는 파산 위기에 몰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론 오핸리 스테이트 스트리트 최고경영자(CEO)는 "상업용 부동산 특히 사무실이 가장 우려된다"면서 "(부동산을)등급별로 보면 A급은 임대료가 하락해도 견디겠지만 B급과 C급 부동산은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도 비상이다. 투자정보회사 프리킨에 따르면 북미 공적 연기금은 평균적으로 자산의 약 9%를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 국민연금과 각종 공제회도 미국 부동산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하고 있다. 댄 즈원 아레나 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는 "말 그대로 수 조원 규모 투자 자산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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