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24일 15:4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 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이 잇달아 자진 상장폐지를 택하고 있다. 거래량이 적어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데다 상장 유지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다. 거래소가 코넥스 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과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연 매출 400억원 규모의 중소 건설사인 청광건설은 자진 상장 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정리매매를 진행하고, 다음 달 8일 상장 폐지될 예정이다.
코넥스 시장이 출범한 2013년 상장한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422억원, 영업이익 21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3%, 영업이익은 83.0% 증가했다. 실적이 개선됐지만, 올해 들어 거래가 거의 되지 않았다. 주가도 최근 두 달 간 400원 선을 오르내렸다. 시가총액은 52억원에 불과하다.
청광건설 외에도 테라텍, 힘스인터내셔널(현 자원메디칼), 이푸른, 피엠디아카데미 등이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지금까지 코넥스에 상장한 기업 281곳 중 상장 폐지를 택한 회사는 57곳(20%)에 달한다.
코넥스 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은 3~4년 내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 상장이 목표다. 그러나 절반 이상이 상장 폐지되거나 코넥스 시장에 머물고 있다. 2013년 코넥스 시장에 상장한 45곳 중 청광건설을 포함해 16개 사가 상장 폐지됐고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에 성공한 곳은 19개 사에 불과했다.
코넥스에 입성한 기업들이 상장 폐지를 택하는 이유는 상장을 유지할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코넥스 상장사는 지정 자문인에 매년 5000만원 안팎의 자문 수수료를 지불한다. 회계감사에 드는 비용과 공시 관련 비용 등을 포함하면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자금 조달 여건도 악화했다. 코넥스 상장사의 연도별 자금조달 실적을 살펴보면 2019년 2252억원에서 지난해 2270억원으로 수년째 2000억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 1년간 자금조달에 성공한 코넥스 상장사 수는 45곳으로 전체 상장사의 약 3분의 1에 그쳤다.
출범 10년이 지났지만 주식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상장 폐지 요인으로 꼽힌다. 코넥스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종목은 코스닥 이전 상장을 앞둔 기업에 집중돼있어 '쏠림' 현상이 심하다. 올해 1분기 코넥스 거래대금 1202억원의 약 40%가 코넥스 시총 상위 10개 종목에서 이뤄졌고 이 중 8개 종목이 코스닥 이전 상장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IB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코넥스 종목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00만원도 되지 않아 시장 가격이라 부르기 어렵고 주가가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며 "코넥스 상장으로 되려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자진상폐를 택하거나 바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