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1일부터 전원 서울대 경제학부 출신으로 채워진다. 주상영·박기영 위원이 20일 임기를 마치고 박춘섭·장용성 위원이 새로 합류하면서다. 모두 경제·금융 전문가라고는 하지만 다양성이 떨어지면서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비슷한 결정을 내리는 ‘집단 사고’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용성 위원은 서울대 경제학과 85학번이다. 1991년 석사학위까지 경제학과에서 받았고 금통위원 임명 직전까지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전체 7명의 금통위원 중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은 장 위원을 포함해 5명이다. 금통위 의장인 이창용 총재가 경제학과 80학번으로 가장 선배다. 신성환·서영경 위원은 각각 81·82학번, 당연직 금통위원인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83학번이다.
장 위원과 함께 새로 금통위원이 된 박춘섭 전 조달청장은 무역학과 79학번이다. 금통위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조윤제 위원도 무역학과 71학번 졸업생이다. 무역학과는 1985년 국제경제학과로 이름이 바뀌었고 1995년 경제학과와 합쳐져 지금의 서울대 경제학부가 됐다.
1998년 현재의 금통위 체제가 꾸려진 이후 서울대 경제학부 출신이 많았던 건 사실이지만, 금통위원 전원을 ‘독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일 임기를 마치는 두 위원 중 주상영 위원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지만, 박기영 위원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한은은 금통위원 개개인이 각 분야 최고 전문가여서 ‘특정 대학 특정 학과 쏠림’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이나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에서 최근 ‘다양성’을 중시하는 흐름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기구에선 집단 사고를 피하기 위해 의사결정 책임자를 선임할 때 다양한 배경과 지식을 지닌 전문가로 채우는 게 일반적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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